지난 2000년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도중 지뢰폭발로 두 다리를 잃고도 군에 남아 후진을 양성했던 이종명 대령(55·육사39기)이 37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24일 전역했다.
이날 오전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계룡대 소연병장에서 열린 전역식에는 이 대령을 포함한 대령 전역자 10명이 참석했다.
이 대령은 지난 1983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해 1사단 수색대대장, 합동군사대학교 지상작전 교관 등 군의 주요 직책을 두루 역임했다. 이 대령은 15년 전인 지난 2000년 DMZ 수색작전을 지휘하던 도중 위험에 처한 전우를 구하다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는 살신성인을 실천하며 참 군인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이 대령은 추가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내가 가겠다”며 투철한 전우애를 보여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후 이 대령 사례를 통해 신체장애를 입은 현역군인이 계속 군에 복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도 개정됐다. 실제로 이 대령은 2년 반의 치료·재활과정을 거쳐 군에 복귀해 정년까지 복무했다. 특히 이 대령은 지난 달 북한군의 DMZ 목함지뢰 이후 자신처럼 다리를 잃은 후배 부사관들의 병상을 찾아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이 대령은 이날 전역하는 대령들을 대표해 낭독한 전역사에서 “지난 37년간 발전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같이 동참해 그 대열에서 작은 힘을 보태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예비전력이자 육군의 홍보대사로 힘을 더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령 부인 김금란 여사는 이날 전역식에서 40년 세월동안 푸른 제복에 청춘과 두 다리를 바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김 여사는 편지를 통해 “원치 않는 사고로 인해 군 생활 절반을 불편한 몸으로 고통과 아픔을 모두 이겨내고 당당하게 전역하게 되어 감사하고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 당신이 원하는대로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 주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당신의 다리가 되어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령의 육사 동기회에서도 감사패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희생정신을 발휘해 부하 장병의 추가 피해를 막고 위기상황을 극복한 참군인의 표상을 보여주어 자랑스럽다’는 글을 새겨 전달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전역식에서 “육군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책임감과 열정으로 그동안 육군을 이끌어온 여러분 덕분”이라며 “여러분이 흘린 땀과 고귀한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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