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 때문에 현 정부의 표적수사 대상이 된 것일까.
성 전 회장이 남긴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내가 반기문하고 가까운 것은 사실이고 (반 총장)동생이 우리 회사에 있는 것도 사실이고 우리 (충청)포럼 창립멤버인 것도 사실”이라며 “내가 성장하는 것이 배가 아파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잠룡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을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자신을 견제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씨는 경남기업 고문으로 7년간 근무하다 지난 해 말 그만뒀다. 반 총장은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2005년 2월 21일 충청포럼 초청강연에 참석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 총리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터무니없는 말씀”이라며 “반 총장님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했다.
반 총장과 가까운 충청권 인사들도 대체로 성 전 회장의 ‘과대 망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백소회’ 총무인 임덕규 디플로머시 회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의) 과대한 생각같다”며 “반 총장 본인이 대권은 물론 국내 정치에 일체 관심이 없는 상황이고, 성 전 회장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제의 미소’의 줄임말인 백소회는 충청권 유력인사 모임으로 1992년 창립돼 현재 120여명의 회원이 있다. 임 회장은 “성 전 회장은 백소회 회원도 아니다”며 “2012년 6월 15일 백소회 모임에 그가 왔다고 보도됐는데 좌석에 앉지도 않고 인사만 하고 갔다”고 말했다.
당시 이해찬 의원의 당선 축하모임이었는데 성 전 회장의 경우 좌석도 배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성 전 회장이 야당은 물론 반 총장과 인연이 있는 여권 인사들에게도 ‘반기문 대망론’을 제안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충청권과 호남권이 힘을 합치는 ‘뉴 DJP’ 연합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나는 이같은 주장을 경계해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반기문이) 북한에 가서 김정은과 손을 들면 세계가 뒤집힌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매일경제와 만나 “성 전 회장이 반 총장을 도와야하지 않냐고 주장한 적이 있다”며 “하버드대학 동문인 내가 반 총장을 훨씬 오래 알고 있는데 (반 총장과 인연을 과시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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