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72·제천단양)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일 예상을 깨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에서 총투표 수 223표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됐다.
재적의원 과반이 참석했지만 가결에 필요한 '참석 의원의 과반 찬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은 물론, 반대표를 포함한 기권, 무효표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지난 2012년 7월 11일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를 받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2년여만에 처음이다.
송 의원과 같은 당인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물론 일부 야당 의원들도 반대나 기권, 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혐의를 받은 금품 수수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데다 표결 직전 송 의원의 신상발언을 통한 '읍소전략'이 통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선의 중진인 송 의원은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절대 철도부품업체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도, 압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 저의 결백을 밝힘으로써 오늘 판단이 옳았구나 증명해 드리겠다.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읍소'했다.
송 의원은 본회의 직전 새누리당 의총에서도 같은 취지의 신상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송 의원의 검찰조사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현행법의 이유를 들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법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모욕을 주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정서가 동료의원들의 반대표를 견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 의원은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 AVT로부터 "사업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6500만원을 수수한(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투표는 여야 모두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에 따라 이뤄졌다.
국회가 세월호특별법으로 장기파행 하는 상황에서 비리혐의를 받는 동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킴으로써 '동료 감싸기'라는 비판 등 적지 않은 여론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여야가 그간 선거때마다 내놨던 특권 내려놓기 다짐도 퇴색할 전망이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표결 직전 "(금품) 공여자는 송 의원에게 금품을 준 사실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참고인 등의 진술과 여러 인적, 물적 증거들도이를 뒷받침해 범죄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면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요청했지만 '부결'을 막지는 못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다 지난 1일부터 총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시작됨에 따라 송 의원은 회기중 불체포특권의 '방탄'을 앞세워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놓고 여야 지도부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항상 두 얼굴을 가진 당 아닌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해 "정말 뜻밖"이라며 "겉으로는 패권 철폐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서서는 방탄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동료 의원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의원 각자가 판단한 문제에 대해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국회의원의 특권이었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우리가 내려놓겠다고 했고 이미 세 분의 동료의원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구속 수사를 해야 하느냐는 본인의 호소에 의원들이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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