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 극심한 인사 파동을 뒤로 하고, 안착하나 싶었던 인사문제가 다시 박근혜 정부의 뇌관으로 떠올랐습니다.
출범 7개월을 맞은 박근혜 정부가 첫 번째 위기를 맞은 것일까요?
채동욱 검찰 총장은 취임 180일 만에 오늘 물러났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했지만, 당시 박근혜 당선인과 사전 협의를 했던 터라, 박근혜 정부 사람이라 해도 굳이 틀리지 않는 인물이 6개월 만에 낙마한 셈입니다.
채 총장의 퇴임사를 잠깐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채동욱 / 검찰총장
-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길이며,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었습니다.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혼외자식이냐, 아니냐는 논란 속에 채 총장은 자리를 떠났습니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법무부의 진상 조사 발표 내용을 볼까요?
▶ 인터뷰 : 조상철 / 법무부 대변인(9월27일)
- "그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자료가 확보되었습니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게 아니라 '의심'할 만한 게 나왔다는 얘기인데, 그동안 조선일보 보도와 채 총장의 소명 말고 다른 구체적인 정황이나 진술이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실은 모르겠지만, 일단 처신이 부적절했던 것은 맞으니 황교안 장관은 청와대에 사표 수리를 건의했고, 청와대는 이를 수리했습니다.
진상 규명이 먼저고, 사표 수리를 보류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걸까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한 박 대통령의 사표 수리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본인이 조사에 응해 모든 것을 해명하고 의혹을 벗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채 총장이 전혀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문제가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었고, 검찰 수장 자리가 계속 공백 상태가 되는 상황이 됐다."
"검찰 조직이 불안정해지고 마비 상태가 돼 중요한 국가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를 오래 방치할 수 없어 박 대통령이 법무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진실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과거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신뢰를 준 인사는 끝까지 함께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 아들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사의를 표명하자, 극구 만류하며 인수위원장직은 계속 맡겼습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을 때도, 황교안 장관에 대한 검찰 내 비판이 불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의 신임은 확고했습니다.
그런 신뢰를 채 총장에게는 왜 보여주지 못했을까요?
사의 표명을 한 사람의 사퇴를 만류한 이유가 아마도 이전 사람들과는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진 영 장관 사표 수리 만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진 장관에 대한 사표 수리 만류는 무한 신뢰의 산물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박 대통령이 오늘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을 들어볼까요?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
-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는 지속 가능한 연금체계를 위해 불가피하다.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당당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게 된다."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말은 진영 장관에게 보내는 메시지일까요?
박 대통령이 거듭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를 강조했으니, 이에 반대하는 진 장관의 사표 수리는 불가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사표 수리를 하지 않는 걸까요?
진 장관이 고집을 꺾고, 대통령 말을 따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일까요?
하지만, 진 장관은 쉽게 사퇴 의사를 접을 것 같지 않습니다.
진 장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진영 / 보건복지부 장관
- "저 자신은 반대하는 의견을 쭉 이야기해왔고 그러한 사실을 복지부 직원뿐만 아니라 제 주위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그 안을 가지고 설득할 수 있는 자격이 있겠느냐. 그만 사의를 허락해 달라"
진 장관의 뜻이 이러한데, 박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요?
통상적이라면 사표를 수리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고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영 장관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지낸 측근 중의 측근인데, 이 측근이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는다고 나간다고 하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최측근의 항명으로 비치면, 박 대통령의 인사와 리더십은 도마 위에 오를께 뻔합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사생활 의혹을 제기해 쫓아내고, 어떤 사람은 항명으로 대통령 곁을 떠나는 것으로 비친다면 청와대의 속이 어떻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두 장의 사표 수리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출범 7개월을 맞은 박근혜 정부가 첫 번째 위기를 맞은 것일까요?
채동욱 검찰 총장은 취임 180일 만에 오늘 물러났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했지만, 당시 박근혜 당선인과 사전 협의를 했던 터라, 박근혜 정부 사람이라 해도 굳이 틀리지 않는 인물이 6개월 만에 낙마한 셈입니다.
채 총장의 퇴임사를 잠깐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채동욱 / 검찰총장
-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길이며, 그것이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었습니다.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혼외자식이냐, 아니냐는 논란 속에 채 총장은 자리를 떠났습니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법무부의 진상 조사 발표 내용을 볼까요?
▶ 인터뷰 : 조상철 / 법무부 대변인(9월27일)
- "그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정황자료가 확보되었습니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게 아니라 '의심'할 만한 게 나왔다는 얘기인데, 그동안 조선일보 보도와 채 총장의 소명 말고 다른 구체적인 정황이나 진술이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실은 모르겠지만, 일단 처신이 부적절했던 것은 맞으니 황교안 장관은 청와대에 사표 수리를 건의했고, 청와대는 이를 수리했습니다.
진상 규명이 먼저고, 사표 수리를 보류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걸까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한 박 대통령의 사표 수리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본인이 조사에 응해 모든 것을 해명하고 의혹을 벗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채 총장이 전혀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문제가 장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었고, 검찰 수장 자리가 계속 공백 상태가 되는 상황이 됐다."
"검찰 조직이 불안정해지고 마비 상태가 돼 중요한 국가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를 오래 방치할 수 없어 박 대통령이 법무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진실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대통령으로서는 검찰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과거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신뢰를 준 인사는 끝까지 함께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 아들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사의를 표명하자, 극구 만류하며 인수위원장직은 계속 맡겼습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을 때도, 황교안 장관에 대한 검찰 내 비판이 불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의 신임은 확고했습니다.
그런 신뢰를 채 총장에게는 왜 보여주지 못했을까요?
사의 표명을 한 사람의 사퇴를 만류한 이유가 아마도 이전 사람들과는 달랐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진 영 장관 사표 수리 만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진 장관에 대한 사표 수리 만류는 무한 신뢰의 산물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박 대통령이 오늘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을 들어볼까요?
▶ 인터뷰 : 박근혜 대통령
-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는 지속 가능한 연금체계를 위해 불가피하다.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당당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게 된다."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말은 진영 장관에게 보내는 메시지일까요?
박 대통령이 거듭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를 강조했으니, 이에 반대하는 진 장관의 사표 수리는 불가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사표 수리를 하지 않는 걸까요?
진 장관이 고집을 꺾고, 대통령 말을 따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일까요?
하지만, 진 장관은 쉽게 사퇴 의사를 접을 것 같지 않습니다.
진 장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진영 / 보건복지부 장관
- "저 자신은 반대하는 의견을 쭉 이야기해왔고 그러한 사실을 복지부 직원뿐만 아니라 제 주위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그 안을 가지고 설득할 수 있는 자격이 있겠느냐. 그만 사의를 허락해 달라"
진 장관의 뜻이 이러한데, 박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요?
통상적이라면 사표를 수리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고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영 장관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지낸 측근 중의 측근인데, 이 측근이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는다고 나간다고 하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습니까?
최측근의 항명으로 비치면, 박 대통령의 인사와 리더십은 도마 위에 오를께 뻔합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사생활 의혹을 제기해 쫓아내고, 어떤 사람은 항명으로 대통령 곁을 떠나는 것으로 비친다면 청와대의 속이 어떻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두 장의 사표 수리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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