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현충일 추념사를 보셨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의 최대 목표인 경제와 핵을 병행하는 것은 안 된다고 얘기 했는데 북한으로선 상당히 강한 어조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화를 그날 제의했습니다.
김-우리 입장도 침착하고 일관성 있었습니다만 최룡해의 중국 방문 후의 결과를 보면 중국, 미국이 삼각 압박을 하고 있다고 보겠죠. 그러니까 오히려 북한이 굉장히 어려운 입장이고 이것을 탈출하는 길로 남북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북한이 그렇게 몰려있는 상황에서 대화 제안을 했다면 우리가 남북관계 회담이나 앞으로 있어서 주도권을 가지고 나갈 수 있을까요?
정-바로 실무 회담이 열리고 거기에서 가장 장애물이 의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북한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회담 제의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정상화, 인도적 지원 문제, 6.15 공동 선언 행사. 거기에서 만약 북한이 6.15 공동선언 개최 문제를 우선적으로 결정하자, 이것은 소위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물고 늘어졌을 때 상당히 앞으로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사실 있습니다.
▶ 북한이 포괄적인 의제를 던진 것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일부러 했다고도 볼 수 있나요?
김-빨리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욕심이 있을 것이고 지금 정 박사가 말씀하신대로 6.15라든지 이런 정치적인 이슈를 가지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전체적인 국면은 과거와 달리 북한이 어렵기 때문에 이 회의를 제의한 것이고 그것에 비하면 한국, 남한 정부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유지한 침착한 입장이었는데 대북관계회의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이전보다 훨씬 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예를 들어 비핵화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거고 그 외에 92년 기본 합의서라든지 우리가 따져야 할 것들이 있거든요. 이런 문제까지 다 확대해서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 갑자기 장관급 회담에 가서 북한이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어떡하느냐. 그래서 의제 조정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봅니다.
▶ 그런 의제에 있어서도 정치적인 의도를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우리 정부 입장에서 그것을 파악하고 어떤 의도를 먼저 선제적으로 요구해야 하나요?
정-지금 가장 당면한 과제는 개성공단 정상화입니다. 개성공단 문제 자체는 북한도 이것을 완전 폐쇄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측면도 있고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죠. 이미 투자된 것과 우리 기업인들의 생사가 걸려있는 이익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빨리 정상화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앞으로 폐쇄까지 갈 수 있는 장애물이 형성되기 때문에 실용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측면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생각이 들고요. 그것과 이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인도적 교류 협력을 위한 움직임을 우리가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야 하는, 북한이 지나치게 강조 안하기를 바라는 측면이 뭐냐면 6.15 공동선언 개최 내용인데 이것은 이미 우리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되었기 때문에 북한이 물론 그런 의도는 가지고 있겠으나 장관급 회담이라는 것을 열어야 된다는 절체절명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땐 이것을 마이너한 의제로서 다루고 결국 전반적인 개성공단 정상화를 비롯한 앞으로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장관급 회담으로 갈 가능성으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제 북한의 반응이 나오고 우리 정부의 대응이 상당히 빨랐습니다. 바로 날짜와 장소를 지정하면서 북한에 다시 통보했는데 좀 빠른 거 아닙니까? 그만큼 협상에 자신 있다는 뜻일까요?
김-협상에 자신 있다고 보죠. 왜냐하면 아까 말씀 드렸듯이 북한이 삼각 압박에 몰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북한이 이것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그것을 우리 정부 측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우리 정부가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북한이 흠칫 놀란 것 같아요. 개성에서 실무진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런 역제안을 다시 한 북한의 의도가 뭘까요?
정-나름대로 예상했던 측면이 아닌가. 예를 들어서 우리가 만약에 개성공단이라든가 이런 곳을 지정해서 했다면 북한이 바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실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선 북한의 예상을 깨고 서울에서..우리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까 우리는 당연히 서울에서 하는 걸로.. 그래서 우리가 서울에서 하는 것으로 제안했는데 사실 이것이 아직까진 부담스러운 거 아닌가, 이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김정은 체제 자체가 완전한 착근을 마쳤다고 볼 수 없고 사실 남북 대화 자체도 아직까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러한 역기능을 최소한으로 하는 형태로 해서 개성 쪽에 다시 역 제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장관급 회담을 하기 전에 의례적으로 실무회담을 하지 않나요?
김-보통은 하죠. 그러나 안하고도 할 수 있는데 조금 전에도 말씀하셨지만 제가 보기에는 우리가 자신 있고 공세적으로 나갈 것에 대비해서 북한이 장관급 회담 날짜를 받아났는데 거기에서 감당 못할 회담이 되어 버리면 굉장히 곤란하잖아요. 그러니까 본인들이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의제 조정을 해가면서 위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봐야 되겠죠.
▶ 지금까지 남북 장관급 회담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문제가 우리는 장관이 나가는데 그쪽에서는 장관급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이 나온 적도 있었어요. 이번에는 어떨 거라고 보십니까?
김-이번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죠. 과거 장관급 회담을 연 역사를 보면 우리가 주면서도 굉장히 저자세로 하는 모양을 보여주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문제를 제대로 제기 하지도 못하고 북한은 장관급이 아닌 사람이 나와서 장관급 회담을 이상하게 진전시킨 역사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쪽이 아직도 옛날식 패턴으로 하고 싶어 하겠지만 우리가 이것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그런 것을 실제 실무회담에서 우리가 요구할 수도 있나요?
김-조장하게 되겠죠.
▶ 그런 식의 얘기를 직접적으론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라도?
김-그런 얘기를 조정하게 되겠죠.
▶ 북한에서 김양건 부장급이 나오면 서로 대등한 관계가 되는 건가요?
김-그렇게 되죠.
▶ 이번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김-그건 모르죠.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죠.
▶ 정 박사님 보시기에 이번에 북한이 당국 간 대화를 받아들인 의도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우리다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십니까?
정-아직까지는 진정성을 확인하기 까진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요. 특히 이번 실무회담이라든가 실무회담에 이어서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과정을 통해서 보면 진정성을 알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까지 봤을 때 완전히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엔 애매모호한 측면이 사실 있습니다. 그게 바로 북한의 대화 제의 자체가 포괄적인 내용을 가지고 제의했다는 것이 우리의 우려를 사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차관님이 얘기해주셨던 것처럼 북한은 지금쯤은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된다는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자체에 대해선 우리가 충분히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회담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진정성이 약간은 의심되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저희가 뒤에서 따로 도발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까요?
김-당연하죠. 김정은이 한국 측하고 300~400m 까지 되는 전방까지 와서 군인들을 독려한 것을 봐선 그런 것도 대비해야죠. 다만 전면전을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이기 때문에 하기 힘들 것이고 국지적 도발의 형태로 할 텐데 국지적 도발도 우리 체제와 과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태 때처럼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반성이 있었고 정비를 하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긴 할 겁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사이버 테러라든지 우리 국가 기관 시설 파괴라든지 이러한 것들을 검증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책임이 어딘지 몰라 질질 끌고 갈 수 있는 쪽에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대남 도발을 하지 않을까. 그런 점을 우리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차관님 그 시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내일이면 미중 정상회담이 있거든요.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 북한이 어제 제의를 했다..
김-중국의 여지보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미국과 중국 양 정상이 캘리포니아에서 만나게 되면 제일 첫 번째 의제가 북한 핵문제거든요. 북한 핵문제가 이전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고 북한을 설득하든지 압박 하든지 의견을 모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대화 분위기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북한 핵이 위험 단계에 도달했고 이것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벗어나긴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국제적인 비핵화 공조는 이뤄지고 있는데 사실 이번 남북 대화에서 비핵화 까지 꺼내서 요구하기에는 조금 쉽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물론 쉽지 않죠.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관급 회담에서 의제를 선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분명히 제기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것을 강력하게 부정하는 형태로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실무회담이 우리한테 시사해주는 바가 있을 거라고 볼 수 있죠. 그런 것을 전반적으로 다 판단하기 위해선 역시 실무 회담 결과를 보고 거기에서 북한이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또 어떤 것을 마이너하게 바라보고 있고, 우리가 우선적으로 하는 것과 서로 충돌된다든가 이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라고 하는 의제 자체는 사실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우리 정부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단호하죠.
김-그렇습니다. 지금 정 박사가 잘 지적해 주셨는데요. 예를 들어서 개성공단이나 이산가족 상봉 정도에서 끝나버리면 우리가 국제적으로 미국과 중국하고 협력해서 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목표를 잃게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그것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래 추구한 목표를 잃어선 안 된다는 게 우리 정부가 염두에 두고 이 관계를 보지 않을까 봅니다.
▶ 비핵화까지 아직 성급한 이야기지만 김정은 위원장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 정도가 되어야 그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김-옳은 말씀입니다.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는 비핵화라든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됐을 때 정상회담이 가능 하겠죠. 그 과정에선 실무 회담이라든가 장관급 회담에서 자꾸 얘기해야 되겠죠. 그러나 북한으로 봐선 지금 비핵화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고 필사적으로 그것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할 겁니다. 과정이 쉽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달 말이면 중국을 갑니다. 그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해야 될까요?
정-지금 아마 북한이 대화제의를 한 것도 사실 지난번에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중국에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한테 나름대로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그쪽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대화로 해결하겠다, 이런 형태의 대화 모드를 제시를 했습니다. 이것에 대한 답변이 이번 대화 제의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한중 정상회담에서 만약에 북한이 이번 대화 제의를 진정성을 갖고 한 대화 제의가 아니라 사이비 대화 제의, 대화를 위한 대화 제의, 소위 대화 공세 차원에서 이것을 했을 때는 그만큼 한중 정상회담에서 진솔하게 중국에 이것을 우리가 알릴 수 있고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의 장관급 회담이든 대화 자체가 진정성 있게 가져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도 이번 회담에서 걸린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이것들을 다 정상화 시킬 수 있느냐,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어느 정도 예상하세요?
김-부분적으론 성과가 있을 수 있겠죠. 정 박사 말씀하신대로 북한 문제라든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만 되도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데 그것 자체도 쉬운 과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선 정전 협정을 깨는 발언이 7월 달에 있는 전승절을 목표로 한다면 이번에 미중 회담, 한중 정상회담을 일단 넘겨보자는 의도는 없을 까요?
김-그것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죠. 20년 동안 북한 핵이 개발되도록 이렇게 사태가 변한 것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목표보다는 미국이면 미국의 국내정치, 중국은 중국의 안보적인 생각, 남한은 남한대로 햇볕정책, 이런 식으로 제각각 국내적인 이익 때문에 제대로 힘을 합치지 못하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주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의미해선 도망갈 여지를 주지 않고 연계해서 공동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형태로 되어 있죠. 북한으로선 당연히 과거처럼 연계된 이런 압박이 어딘가 깨져서 자기네들이 피할 수 있는 구멍을 찾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우리들은 미국, 중국을 포함해 힘을 모아서 북핵 이라는 절대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알겠습니다. 앞으로 있을 실무회담에서 얼마나 진전된 입장이 나올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은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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