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돌아왔습니다.
대선 날 아침 대선 결과를 보지 않고 급하게 미국으로 떠난 지 83일 만에 다시 국민 앞에 섰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사과였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모든 것이 제 부족함이고, 불찰이었습니다.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 눈물을 닦아 드리고 한숨을 덜어 드리는 게 제가 빚을 갚는 일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불찰이었다는 말일까요?
자신의 부족으로 지지자들 뜻과 다르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돕지 못해 대선에서 야권이 패한 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낀다는 말일까요?
둘 다 인지, 아니면 전자에 대해서만 사과한 것인지 여전히 모호합니다.
안 전 교수는 자신의 이른 귀국과 노원병 출마 이유에 대해서도 여전히 안철수식 '새 정치'를 거론했습니다.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새 정치는 정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소통의 정치, 당이 다르더라도 국가 중대사에 대해 서로 화합하는 통합의 정치, 이념으로 다투는 게 아니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의 정치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정말 '안철수식 새 정치'라고 꼬리표를 부칠 만큼 새로운 것일까요?
아마도 민주주의가 싹튼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오늘날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이라면 모두 하는 말이 아닐까요?
안 전 교수는 미국에서 영화 '링컨'을 감명깊게 봤다고 얘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링컨이 노예제 폐지를 위해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때로는 치열한 승부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정치적 고뇌를 다뤘습니다.
안 전 교수는 정치가 마냥 선한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안 교수는 여전히 정치적 유토피아에 빠져 있는 걸까요?
어제 시사마이크에 나온 배병휴 경제풍월 발행인의 쓴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배병휴 / 경제풍월 발행인
- "링컨 좋아한 사람 많아요. 노무현 대통령도 링컨 좋아한다고 했어요. 노예 해방시켰다는 거 아닌가요? 소통과 대화 잘했다는 거겠죠. 가서 해보라고요. 지금 여야에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인 사람들이에요. 교수들도 있고…. 정치권에 가면 저렇게 돼요. 왜 정치조직이 풍토가 저렇게 돼 있잖아요. 지금 이 시점에도 링컨 좋아한다는 사람은 안철수 말고도 현역 정치인 중에 많아요.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하고 자기가 정치권에 가서 실행하고 몸으로 행동하는 것하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요."
안철수식 새 정치가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아마도 더 구체적인 무언가를 내놔야 할 것 같습니다.
노원병 출마를 놓고도 그가 말하는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 여론이 많습니다.
안 전 교수는 야권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노원병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지역주의를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 씨앗을 뿌리고자 결심했습니다. (후보 양보에 대해) 저 외에도 양보하는 정치인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뜻이 있는 분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만,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원병은 야권 성향이 강하고,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대표에 대한 동정여론이 많은 곳입니다.
반면 부산 영도는 문재인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당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권의 심장부로서 지역주의가 강한 곳입니다.
어떤 곳에 나가는 것이 더 정치공학적인 접근일까요?
안철수 전 교수를 다시 부른 것은 박수를 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새누리당의 무기력, 그리고 여전히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민주통합당의 무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방장관 자리를 더 비워둘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조차 각종 의혹투성이인 김 후보자가 국방장관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재원 / 새누리당 의원
- "이런 정도의 의혹제기가 있어서 군 통수가 제대로 될까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임명이 된다면 대통령이 행사는 군통수권 행사를 제대로 보좌해서 국방장관직을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인데 솔직히 대통령 임명권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좀 어렵습니다."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권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한다고 반발할 것이고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는 더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안철수를 연호하는 소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제대로 잘하면 안철수 바람은 불지 않을 것이고, 제대로 못 하면 안철수 바람은 다시 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외부적 환경 말고 안철수 전 교수 자체가 일으키는 신선한 바람은 없는 걸까요?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내용으로 안철수 전 교수가 스스로 바람을 일으킬 수는 없는 걸까요?
지지자들은 어쩌면 지금 안 전 교수로부터 당면한 남북관계 긴장에 대해,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에 대해, 꼬여 있는 정부조직법 처리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듣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안 전 교수가 과연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실질적 해법과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대선 날 아침 대선 결과를 보지 않고 급하게 미국으로 떠난 지 83일 만에 다시 국민 앞에 섰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사과였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모든 것이 제 부족함이고, 불찰이었습니다.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 눈물을 닦아 드리고 한숨을 덜어 드리는 게 제가 빚을 갚는 일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불찰이었다는 말일까요?
자신의 부족으로 지지자들 뜻과 다르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돕지 못해 대선에서 야권이 패한 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낀다는 말일까요?
둘 다 인지, 아니면 전자에 대해서만 사과한 것인지 여전히 모호합니다.
안 전 교수는 자신의 이른 귀국과 노원병 출마 이유에 대해서도 여전히 안철수식 '새 정치'를 거론했습니다.
들어볼까요?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새 정치는 정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소통의 정치, 당이 다르더라도 국가 중대사에 대해 서로 화합하는 통합의 정치, 이념으로 다투는 게 아니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의 정치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정말 '안철수식 새 정치'라고 꼬리표를 부칠 만큼 새로운 것일까요?
아마도 민주주의가 싹튼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오늘날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이라면 모두 하는 말이 아닐까요?
안 전 교수는 미국에서 영화 '링컨'을 감명깊게 봤다고 얘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링컨이 노예제 폐지를 위해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때로는 치열한 승부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정치적 고뇌를 다뤘습니다.
안 전 교수는 정치가 마냥 선한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안 교수는 여전히 정치적 유토피아에 빠져 있는 걸까요?
어제 시사마이크에 나온 배병휴 경제풍월 발행인의 쓴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배병휴 / 경제풍월 발행인
- "링컨 좋아한 사람 많아요. 노무현 대통령도 링컨 좋아한다고 했어요. 노예 해방시켰다는 거 아닌가요? 소통과 대화 잘했다는 거겠죠. 가서 해보라고요. 지금 여야에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인 사람들이에요. 교수들도 있고…. 정치권에 가면 저렇게 돼요. 왜 정치조직이 풍토가 저렇게 돼 있잖아요. 지금 이 시점에도 링컨 좋아한다는 사람은 안철수 말고도 현역 정치인 중에 많아요.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하고 자기가 정치권에 가서 실행하고 몸으로 행동하는 것하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요."
안철수식 새 정치가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아마도 더 구체적인 무언가를 내놔야 할 것 같습니다.
노원병 출마를 놓고도 그가 말하는 새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 여론이 많습니다.
안 전 교수는 야권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노원병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전 서울대 교수
- "지역주의를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 씨앗을 뿌리고자 결심했습니다. (후보 양보에 대해) 저 외에도 양보하는 정치인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뜻이 있는 분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다만,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원병은 야권 성향이 강하고,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대표에 대한 동정여론이 많은 곳입니다.
반면 부산 영도는 문재인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당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권의 심장부로서 지역주의가 강한 곳입니다.
어떤 곳에 나가는 것이 더 정치공학적인 접근일까요?
안철수 전 교수를 다시 부른 것은 박수를 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새누리당의 무기력, 그리고 여전히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민주통합당의 무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방장관 자리를 더 비워둘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조차 각종 의혹투성이인 김 후보자가 국방장관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재원 / 새누리당 의원
- "이런 정도의 의혹제기가 있어서 군 통수가 제대로 될까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임명이 된다면 대통령이 행사는 군통수권 행사를 제대로 보좌해서 국방장관직을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인데 솔직히 대통령 임명권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좀 어렵습니다."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권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한다고 반발할 것이고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는 더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안철수를 연호하는 소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제대로 잘하면 안철수 바람은 불지 않을 것이고, 제대로 못 하면 안철수 바람은 다시 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외부적 환경 말고 안철수 전 교수 자체가 일으키는 신선한 바람은 없는 걸까요?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내용으로 안철수 전 교수가 스스로 바람을 일으킬 수는 없는 걸까요?
지지자들은 어쩌면 지금 안 전 교수로부터 당면한 남북관계 긴장에 대해,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에 대해, 꼬여 있는 정부조직법 처리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듣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안 전 교수가 과연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실질적 해법과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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