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언 따라 채권은 이호진 소유…누나가 153억 5천만 원·지연이자 지급해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선친의 '차명 유산'을 둘러싼 누나와의 소송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겼습니다.
다만 이 전 회장 몫으로 인정된 돈은 1심 때보다 대폭 줄었습니다.
오늘(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3부(이경훈 김제욱 강경표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이 누나 이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누나 재훈씨가 이 전 회장에게 153억 5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배상 금액으로만 보면, 누나 재훈씨가 이 전 회장에게 400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한 1심 판결과 비교하면 이 전 회장이 받을 돈은 240억여 원이 줄었습니다.
남매의 분쟁은 선친인 이임용 선대 회장이 1996년 사망하며 남긴 유언에서 시작했습니다. '딸들을 제외하고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 2019년 작고)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특정되지 않았던 '나머지 재산'은 이 선대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2010∼2011년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태광그룹의 자금 관리인은 2010년 10월 차명 채권을 재훈씨에게 전달한 뒤 2012년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재훈씨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 전 회장은 2020년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 채권을 단독 상속한 후 자금 관리인을 통해 재훈씨에게 잠시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훈씨는 유언 내용이 무효라고 맞섰습니다.
1심은 "선대회장 유언 중 '나머지 재산'에 관한 부분은 유언의 일신 전속성(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하는 속성)에 반해 무효"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선대회장이 사망한 시점부터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실질적으로 점유해왔고, 다른 상속인이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만큼 채권 소유자는 이 전 회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훈씨에게 맡긴 채권 규모가 400억 원이었다는 이 전 회장의 주장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2심 역시 채권이 이 전 회장 소유라고 판단했으나 근거는 1심과 달랐습니다.
'나머지 재산'에 관한 선대회장의 유언은 유효하고, 이기화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적법하게 물려받았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유언에는 그룹 경영권을 이 전 회장에게 양도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가 차명 재산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기화 전 회장이 차명 재산을 이 전 회장에게 넘기도록 한 게 유언의 취지라고 본 것입니다.
다만 재훈씨가 보유한 채권의 규모로는 금융거래내역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153억 5천만 원만 인정하며 이 전 회장에게 반환할 돈도 이 액수에 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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