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부터 설문조사…8월 공개 '정비 기본계획'에 반영
1기 신도시 생활권 2027∼2030년 입주물량 조사
전문가들, 3기 신도시와 이주시점 연계·이주자금 대출지원 제언
1기 신도시 생활권 2027∼2030년 입주물량 조사
전문가들, 3기 신도시와 이주시점 연계·이주자금 대출지원 제언
정부가 1기 신도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 최소 1곳씩 '이주단지'를 세워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대신 순차 재건축에 돌입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뒤, 이를 반영해 이주계획을 세우기로 밝혔습니다.
오늘(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말부터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원하는 이주계획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설문조사에는 이주 희망 지역, 희망 주택 유형·평형,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 여부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이주계획을 신도시별로 세우는 정비 기본계획에 담을 계획입니다. 기본계획 초안은 8월 중 공개 예정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1기 신도시 정비가 진행되면, 올 연말 선정되는 재건축 선도지구 최대 3만 9,000가구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10년간 해마다 2만∼3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생기게 됩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1기 신도시 생활권에서 이뤄지는 각종 인허가 상황을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기존에 용도가 정해져 있는 땅을 용도 변경을 하거나 공공에서 새로운 소규모 개발 사업도 추가로 해 이주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렇게 해도 어려우면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면서 "과천, 안양 같은 지역에서 (이주 시기 조정 등의 방식으로) 이주대책을 수립해 전셋값 급등 없이 재건축을 완료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스케줄과 입주 물량을 맞춰보고 '미스매치'가 난다면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며 "이주단지에 대한 주민 거부감이 크다면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 주택을 지어 자연스럽게 전세시장에 물량이 나오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당초 국토부는 3기 신도시 조성, 택지 개발 등으로 인근 주택 공급 물량이 많은 일산, 중동은 이주단지 조성이 불필요하지만 분당과 평촌, 산본의 경우 주택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선도지구 지정 물량과 이주단지 공급 물량을 함께 발표하려 했으나, 주민 선호부터 다시 파악하기로 한 것입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 발표 브리핑/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가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라는 빠듯한 일정으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개별 단지의 재건축이 정부가 바라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주단지 조성보다는 주택시장의 광역적 흐름 속에서 이주대책을 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주단지보다는 3기 신도시 입주 시점과 1기 신도시 이주 시점 연계하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이주단지를 만든다 해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아파트 입주 시기가 됐을 때 이주단지에 들어올 신규 입주 수요가 부족하다면 '역전세'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초·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는 근거리 이주를 원하기 때문에 저리로 이주자금 대출을 지원하거나 인근 비(非)아파트 매입임대주택을 이주대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들은 이주 지역을 국토부나 지자체가 정하는 것보다 스스로 정하기를 원한다"며 "정비구역 주변 전셋값 동향이 하락 기조에 있고, 거래량이 적거나 공실 비율이 높은 곳이라면 이주단지를 짓는 것보다 이주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