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종합대책인 2017년 8.2 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 청와대에서 김수현 사회수석이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정부 부처가 아닌 청와대에서, 그것도 사회수석이 부동산 대책을 설명한다고 하니 의외였지만 김 수석이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졌던 만큼 관심은 컸습니다. 오랜 기간 침체했던 부동산 시장이 새 정부 출범 기대감으로 들썩이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서울과 수도권 집값의 상승세를 비정상적이라고 표현한 김 수석은 내년까지 팔 기회를 드리겠다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상대로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제목으로 하는 8.2 대책의 핵심은 양도소득세였습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팔 때 앞으로는 양도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해주지 않을테니. 유예기간인 내년 4월 전에 팔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은 술렁였습니다. 일부 다주택자는 김 수석 경고대로 집을 팔면서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주춤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이것저것 제하면 남는 것도 없다며 임대사업자 등록 등을 통해 버텼고, 정부는 2018년에 두 번째 종합 대책인 9.13 대책을 발표합니다.
이번에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폭탄 수준으로 늘리고 주택담보대출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러자 보유세 몇 년 내고 나면 집 한 채가 사라져 버리겠다며 일부 다주택자가 또 집을 팔았고, 9,510세대 헬리오시티 입주와 맞물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반년 이상 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기화된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은 주택가격을 또 자극했고, 정부는 2019년 세 번째 종합대책인 12.16 대책을 발표합니다.
12.16 대책은 대출이 핵심이었습니다. 시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매수할 때는 1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1원도 못 받게 했습니다. 종부세율과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더 높여 세금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시장은 역시 서너달 주춤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폭발적인 유동성 증가와 전세가격 급등 여파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격이 다시 뛰어 21년 말 전후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단지 2017년, 2022년 실거래가. 출처: 국토교통부
서울 마포구의 대장주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단지는 전용면적 84㎡ 실거래 가격이 2017년 5월 8~9억 원대였지만, 2022년 4월에는 18억 원대까지 올라갔습니다. 두배나 뛴 겁니다. 민간 통계 기관인 KB 부동산 역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62.2%로 집계했습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정부 공식 주택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선 상승률이 3분의 1도 안 되는 19.5%에 불과했습니다. 통계 방식, 오차 등을 감안해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감사원 감사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이유입니다.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이 기간 매년 전년 대비 두자릿수 변동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정부의 공식 주택통계 작성 기관이자 공시가격 조사·산정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규정하고 양도세 중과, 종부세 폭탄, 주담대 0원 등 1년에 한번 꼴로 쏟아 부었던 '초징벌적' 부동산 종합대책은 풍부한 유동성 속에 다주택자도 주택가격도 잡지 못하고, 부동산 민심 양극화와 통계조작 의혹 등 곳곳에 상처만 남겼습니다. 공사비 급등으로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이 최근 불안 조짐을 보여 이를 완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주택을 담당해왔던 국토부 공무원 상당수가 실무급까지 통계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 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제정책은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져 또다른 불안을 양산한다는 사실, 정쟁 그만하고 이제 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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