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터진 '카카오 먹통' 사태로 '온라인플랫폼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를 중심으로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개선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온플법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17일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반통신망과 다름없다"며 규제 강화를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22대 민생과제 중 하나로 온플법을 선정해 입법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제정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
온플법은 플랫폼 중개업체(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이용사업자(입점업체) 사이의 '갑을 관계' 해소에 방점을 둔 법이다.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갑을 관계에 관한 규범을 제시한 법안이라 주목을 받았다. 온플법이 나온 것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는데도 이해관계자들의 이견과 갈등을 해소할 마땅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지배력이 커진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가 늘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예컨대 네이버는 2020년 자사 오픈마켓 서비스 상품이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대규모유통법 등 현행법을 적용했을 때 이런 처벌이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많았다. 계약서 작성 등의 의무를 부과할 수 없어 플랫폼에 기반 한 온라인쇼핑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온플법은 계약 기간과 서비스 내용, 해지에 관한 사안, 상품의 플랫폼 노출 기준 등 중개거래계약서를 입점업체에 교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구매 강제와 경영 간섭, 부당한 손해 전가 등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도 포함됐다. 플랫폼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등도 명시하고 있다. 온플법을 추진했던 민주당은 기존의 법으로는 플랫폼 중개업자를 규제할 수 없고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만큼 온플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자율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실 온플법은 규제 강도가 강하다고 볼 수 없다. 대부분의 규정이 추상적이라 정부가 자율 규제를 만들더라도 온플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이달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가 온플법을 제정하면 반대하진 않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 위원장은 "배달 앱 수수료를 법으로 직접 규제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하지만 (자율적 합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법제화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온플법을 다시 강하게 밀어붙이면 양보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라 눈길을 끌었다. 플랫폼 입점업체들 중심으로 온플법 입법을 원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해외에서는 온플법과 유사한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9년 'EU 온라인 플랫폼 규칙'을 제정했고 이듬해 시행에 들어갔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계약 관계를 상세하게 규정해 놓은 법이다. 일본은 2020년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온플법이든 자율 규제든 거대 플랫폼을 견제할 장치는 필요해 보인다. 다만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빌미로 첨단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규제를 남발하는 잘못은 피해야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