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복귀를 선언한 인텔이 자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파운드리 실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로 인텔이 삼성전자를 넘어 단숨에 파운드리 2위 사업자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인텔에 따르면 팻 갤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사내에 이 같은 방침을 공지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전담팀인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추진실'를 만든다고 밝혔다. 회계 기준과 회사 구조를 변경해 자체 생산중인 인텔의 칩들을 파운드리 사업 부문의 매출로 잡히도록 하겠다는 게 변화의 핵심이다.
인텔의 이번 조치는 파운드리 글로벌 매출 점유율에서 본인들의 위상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도 삼성LSI 등 삼성전자의 제품을 별도로 고객 매출로 잡기 시작하면서 매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진 바 있다. 팻 갤싱어 대표는 "내부 생산제품을 파운드리 매출로 집계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도 예측 가능한 가이던스(실적 예상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팻 갤싱어 인텔 CEO
현재 인텔은 7나노(nm·10억분의 1m) 이상 CPU를 포함해 상당수 칩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를 파운드리 매출로 집계할 경우 이 부문 매출이 상당수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라반 쿤도잘라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이사는 "이번 신규 파운드리 전략은 인텔을 파운드리 분야에서 즉시 2위 업체로 만들 것"이라면서 "300억달러(약 42조87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이 전망되며 이는 TSMC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내다봤다.인텔은 이번 변화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앞서 펫 갤싱어 CEO는 지난 2월 인텔을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부활시키기 위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올해 내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실제 제품이 공급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후 파운드리 재건을 시작한 인텔은 지난 1년간 막대한 투자에 나섰다. 미국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에 각각 200억달러 규모의 공장 투자를 선언한 데 이어, 10위권 파운드리 업체인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에 사들였다.
인텔은 내년 하반기에는 3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인텔3'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2024년에는 GAA를 적용해 2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인텔20A'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삼성·TSMC가 70%를 점유하고 있는 파운드리 지형도도 대폭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1분기 16.3% 보다 0.2%포인트 늘어난 16.5%를 기록했다. 반면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같은 기간 0.2%포인트 줄어든 53.4%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인텔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TSMC는 40%대, 인텔은 30%대, 삼성전자는 10% 초반의 점유율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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