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표방한 정부가 내년 총지출 규모를 639조원으로 편성해 발표한 가운데 내년 총지출 규모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두고 서로 다른 기준에 따른 두 가지 수치가 동시에 제시됐다. 특히 한 기준은 내년 총지출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다른 한 기준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혼선이 생기고 있다.
지난 30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 총지출 규모 639조원은 '본예산'이다. 본예산은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 논의를 거쳐 매년 12월 확정되는 한 해의 첫 번째 '버전'의 예산이다. 정부는 1년 간 국정을 운영하면서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불가피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지출을 확대하고, 해당연도의 총지출은 본예산에 추경을 더한 만큼 늘어나게 된다.
내년 총지출의 증가율이 두 가지로 제시된 이유는 비교 기준을 올해 본예산 기준 총지출로 할 것인지, 2차 추경 기준 총지출로 할 것인지에 따라 증감율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 총지출 규모는 607조7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두 차례의 추경을 편성한 끝에 현재까지 총지출 규모는 679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내년 총지출 639조원은 올해 본예산 기준 총지출 규모인 607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총지출인 679조5000억원 대비로는 내년 총지출 규모는 6% 줄어든 수준이다.
[자료 제공 = 기획재정부]
통상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볼 때는 본예산 기준으로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재정 전문가는 "올해 남은 기간 추경이 추가적으로 편성될지 여부는 모르는 일"이라며 "추가 편성될 경우 내년 총지출 증가율에 대한 비교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추경 기준 총지출을 기준으로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계산하게 되면 문재인정부의 총지출 증가율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작년에 나온 올해 본예산 규모(607조7000억원)를 지난해 추경 기준 총지출(60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0.5%에 그친다. 추경 기준으로 문재인정부(2017~2022년) 기간의 총지출 평균 증가율을 보면 4.38%로, 본예산끼리 비교한 평균 증가율 8.7% 대비 크게 낮아진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마지막해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본예산 기준으로 8.3% 증가한 것으로 제시되며 지난 정부가 마지막까지 확장재정을 놓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근거로 활용됐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가 건전재정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추경을 포함한 전년도 예산보다 감소한 규모로 본예산이 편성되는 경우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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