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 올해 초부터 급상승했던 세계 식량 가격이 1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항만을 통한 곡물 수출에 합의하고, 전반적인 식량 수입 수요가 감소한 까닭이다.
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16.4포인트(13.1%) 높은 수준이지만, 한 달 전보다 13.3포인트(8.6%) 하락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FAO가 지난 1996년부터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분석한 뒤 ▲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등 5개 품목군에 대해 매월 집계해 발표하는 지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 3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59.7을 기록했으나, 6월까지 3개월 연속 소폭 하락했다. 7월에는 5개 품목군의 가격지수가 모두 하락하면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11.5% 떨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 봉쇄 해제에 합의한 점과 북반구의 수확 진행 등으로 국제 밀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다.
유지류 지수도 19.2% 하락했다. 팜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공급 여력이 충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데다 대두유의 지속적인 수요가 저조한 까닭이다. 유채씨유도 신규 수확량이 충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각각 가격이 내려갔다.
육류 지수는 전월보다 0.5% 하락했다. 쇠고기는 주요 생산국의 수출 여력이 커져서, 돼지고기는 수입 수요가 저조해져서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가금육은 수입 수요가 강한데다 북반구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FAO 발표와 관련, "최근 주요 수출국의 작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저하 가능성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6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제분, 사료, 전분당, 대두 가공 업계는 오는 10∼11월까지의 사용 물량을 재고로 두고 있다"며 "업계는 단기적 수급 문제는 크지 않으나 주요 수출국의 작황을 지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7일 서울의 한 제과제빵점 매장 안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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