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쏘나타.
서울 강남에서는 국민세단이던 '현대차 쏘나타'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입차에 붙여진 별칭이다.
2000년대 후반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했던 4000만원대 렉서스 ES에 처음 사용됐다.
'강남 쏘나타' 바통은 2010년대 들어 수입차 양강 체제를 구축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이어받았다. 두 차종은 6000만~8000만원대다.
2020년대 들어서도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보다 비싼 1억원대 벤츠·BMW 차량이 강남 쏘나타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포르쉐도 가세했다.
강남 쏘나타도 세단에 국한되지 않고 4도어 쿠페나 SUV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수입차 대중화 대표모델이 된 폭스바겐 제타 [사진출처=폭스바겐]
2일 매경닷컴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2015년 이후 올 상반기(1~6월) 가격대별 신규 등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분석 결과, 수입차 주류가 3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로 넘어가더니 1억원대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차종은 물론 2억원 이상 줘야 하는 고성능·럭셔리 차종도 판매대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던 5000만원 미만 수입차는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수입차 업계는 이에 대해 샤넬과 루이비통 등 명품 소비를 확산시키는 밴드왜건(bandwagon)·파노플리(panoplie)·베블런(veblen) 효과가 맞물려 작용해서라고 분석했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편승 효과'를 의미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한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다.
베블런 효과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하는 현상을 뜻한다.
여기에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수요도 증가하는 '전시 효과'도 가세했다.
현재 6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서 인기 높은 BMW 5시리즈 [사진출처=BMW]
밴드왜건·파노플리·베블런·전시 효과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스놉(Snob) 효과'가 작용하기 시작했다.스놉 효과는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면 오히려 그 재화나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소비 현상을 일컫는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명품 옷이라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더 이상 그 옷을 입지 않는 게 스놉 효과에 해당한다.
강남 쏘나타가 렉서스 ES에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로 옮겨간 것도 스놉 효과 때문이다. 도로에 두 차종이 많아지면서 그보다 비싼 1억원대 벤츠·BMW 차량과 포르쉐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도 스놉 효과가 작용해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입차 주력 차종 가격대는 5000만원~1억원 미만이지만 1억원대 수입차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타다가 더 비싼 차종으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6000만원대 벤츠·BMW 인기 높아
폭스바겐 골프 [사진출처=폭스바겐]
수입차협회는 3000만원대 미만, 3000만원대, 4000만원대, 5000만~7000만원, 7000만원~1억원, 1억원~1억5000만원, 1억5000만원 이상으로 가격대를 분류한다.분석 결과, 올 상반기 가장 인기높은 수입차 가격대는 5000만~7000만원으로 나왔다. 점유율은 32.76%다. 올 상반기 판매된 수입차 3대 중 1대가 이 가격대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7000만원~1억원(24.06%), 1억원~1억5000만원(17.19%), 4000만원대(11.28%), 1억5000만원 이상(8.81%), 3000만원대(4.62%), 3000만원 미만(1.28%) 순으로 나왔다.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던 5000만원 미만 수입차는 점유율이 하락 추세다. 3000만원대 수입차는 지난 2015년 점유율이 25.31%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4.62%로 급감했다.
4000만원대는 15.24%에서 11.28%로, 3000만원 미만은 3.16%에서 1.28%로 각각 감소했다. 5000만원 미만 수입차 시장에서는 현재 폭스바겐과 미니(MINI)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벤츠]
5000만~7000만원 수입차는 2015년부터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015년 31.14%, 지난해 32.94%, 올 상반기 32.76%다.점유율은 2015년부터 30%대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판매대수는 증가추세다. 2015년에는 7만5941대, 지난해에는 9만968대 판매됐다. 올 상반기에는 4만2915대 팔렸다.
이 가격대에서는 5000만원대보다는 6000만원대 벤츠·BMW 프리미엄 차종이 인기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 10위에 4개 차종이 6000만원대다.
벤츠 E250(6700만원)은 5886대로 2위, BMW 520(6610만원)은 5099대로 3위, 렉서스 ES300h(6190만원)는 2229대로 5위, BMW X3 2.0(6340만원)은 2157대로 6위를 기록했다.
5위 BMW 320(5390만원)은 5000만원대 수입차 중 유일하게 판매 10위에 포함됐다. 판매 대수는 2310대다.
7000만원~1억원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 15.78%에서 지난해 20.66%, 올 1~6월 24.06%로 증가 추세다.
5000만~7000만원 수입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주도권을 잡았다. 또 수입차 판매 10위에 3개 차종이 들어갔다.
벤츠 E350 4매틱(8480만원)은 6759대로 1위를 차지했다. BMW 530(7760만원)은 2074대로 7위, BMW 530e(8090만원)는 1776대로 9위를 기록했다.
1~1.5억 점유율, 7년 만에 3배 증가
포르쉐 파나메라 [사진출처=포르쉐]
1억원~1억5000만원 수입차 점유율은 7년 만에 3배 폭증했다. 2015년 5.62%에서 지난해에는 16.7%로 증가했다. 판매대수는 1만3710대에서 4만6118대로 3배 이상 늘어났다.올 상반기 점유율은 17.19%로 지난해보다 다시 증가했다.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 점유율도 2015년 3.74%에서 지난해 6.89%로 2배 증가했다. 판매대수는 9134대에서 1만9030대로 역시 2배 이상 많아졌다.
올 상반기 점유율은 8.81%로 지난해보다 다시 증가했다. 판매대수는 1만1536대다.
두 가격대를 합친 1억원 이상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 9.36%, 지난해 23.59%, 올 상반기 26%로 증가 추세다.
BMW X6 [사진출처=BMW]
1억원 이상 수입차 시장에서도 벤츠, BMW가 인기다. 대신 포르쉐가 가세했다. 럭셔리·슈퍼카 브랜드인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도 2억원대 차종들로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1억원 미만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에 밀린 BMW는 SUV를 앞세워 1억원 이상 수입차 리더로 떠올랐다. BMW SUV는 수입차 판매 10위에 3개 차종이 포함됐다.
X5는 3455대로 5위, X7은 2572대로 9위, X6는 2370대로 10위를 기록했다. 벤츠 SUV는 GLE가 톱 10에 유일하게 들어가면서 체면을 지켰다. 6위 GLE 판매 대수는 3283대다.
'플래그십 세단 교과서' 벤츠 S클래스도 7455대 팔리면서 수입차 판매 3위를 달성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사진출처=람보르기니]
포르쉐의 경우 718 박스터와 카이만 일부 트림을 제외하고는 모두 1억원대 이상이다.포르쉐는 반도체 대란으로 출고 적체가 심각해진 지난해에 전년보다 8.4% 늘어난 8431대를 팔았다. 수입차 평균 증가율 0.5%를 크게 상회했다. 올 상반기 판매 대수는 4694대다.
포르쉐 판매 1위 차종은 카이엔 쿠페(1억4210만원)다. 올 상반기 611대 판매됐다. 전기차인 타이칸(1억2380만원)은 554대, 카이엔(1억3970만원)은 450대, 파나메라4(1억6830만원)는 328대로 그 뒤를 이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2억원대 차종으로 판매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2억원대 모델 3개 차종만 국내 출시한 벤틀리는 지난해 506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70.9% 증가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16.5% 증가한 353대를 판매했다. 올 상반기 판매대수 148대 중 104대는 우루스(2억6155만원) 몫이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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