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패션, 놀이에 이르기까지 추억의 상품을 소환하는 복고 열풍이 유통업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1980년대생이 구매력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한데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New) 것과 복고(Retro)를 더한 '뉴트로' 트렌드가 주목받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반다이남코코리아는 최근 다마고치 오리지널 4종을 정식 재발매 했다. 다마고치 오리지널 영문판의 한국 정식발매 제품으로, 레트로 완구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출시 당시와 같은 흑백으로 선보였다.
다마고치는 지난 1996년 말 일본의 종합 완구 회사인 반다이사가 선보인 계란 모양의 휴대용 미니 전자 게임기다. 캐릭터에 밥을 주고 대소변을 청소하는 것은 물론 때때로 놀아줘야 잘 클 수 있는 전자 애완동물 캐릭터 육성 게임으로,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 때 동급생간 다마고치를 빼앗거나 훔치기도 하고 게임 조작이 귀찮아진 아이들이 캐릭터를 방치해 생명 경시 풍조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는 등 사회 현상으로까지 다마고치 열풍이 부각됐다. 특정 종교단체는 다마고치 불매운동을 벌였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다마고치 지참 금지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는데, 최근 정식으로 재발매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방탄소년단(BTS)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다마고치 등이 나오긴 했지만 오리지널 다마고치가 재발매 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여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의 재등장은 이 뿐만 아니다. 올해 초 포켓몬빵을 재출시한 SPC삼립은 제품 안에 든 159종의 포켓몬스터 캐릭터 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수집 열풍에 이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켓몬빵은 지난 1998년 출시됐다가 단종된 이후 올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재발매됐다. 3개월여 만에 판매량이 2200만봉을 돌파했는데도 아직도 물량을 쉽게 구하지 못해 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나 편의점마다 포켓몬빵을 구하러 다니는 '메뚜기족'이 생길 정도다.
포켓몬빵은 외환위기(IMF)가 한창이던 1998년에서도 월 500만개씩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패션업계에서도 이 같은 복고 트렌드는 지속되고 있다. 크롭티, 떡볶이 코트(더플 코트), 와이드팬츠, 부츠컷 청바지 같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스타일이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그 당시 유행했던 아이템이 재출시되기도 한다.
프로스펙스는 과거 디자인을 내세운 신발로 기사회생하는가 하면 강한 원색과 큰 로고를 내세운 '세기말' 복고 패션으로 인기몰이를 한 랄프로렌 매출은 랄프로렌코리아 기준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에서 스토리와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가 이 같은 뉴트로 열풍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단순히 옛날 것을 그리워하거나 선호하는 게 아니라 옛 상품으로 자신만의 개성으로 추구한다는 소비란 점에서 이 같은 트렌드를 잘 잡아내는 상품만이 오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