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국내 소비자들의 여행과 교통 관련 카드 소비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억눌렸던 소비가 '엔데믹' 이후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에 이어 해외여행 수요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올해 4월 전체 카드 승인액은 9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전년 동기(81조3000억원)보다 11.0% 늘어난 수준이다.
승인액도 늘었지만, 승인 건수 또한 늘었다. 4월 전체 카드 승인 건수는 21억4000만건으로, 전년 동기(19억3000만건)보다 10.6% 증가했다. 카드 평균 승인액도 전년보다 0.4% 늘어 4만2241원을 기록했다.
눈여겨볼 것은 소비자들이 해외여행 관련 업종에서 지출을 늘린 점이다. 삼성카드가 같은 달 해외여행 관련 업종의 카드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일본 등 해외 14개국에서 가맹점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났다.
면세점과 국내외 항공권 이용 건수도 같은 기간 모두 19%씩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또 항공권 건당 이용액이 지난해 4월 9만5000원에서 올해 4월 29만원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선보다 비싼 국제선 이용이 많아졌다는 게 삼성카드의 분석이다.
카드 매출 외에도 여행업계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김포공항은 물론 인천국제공항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는데 이른 오전 시간 등 피크타임에는 여행객들이 몰려 탑승수속과 보안 검색에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지난 3일 오전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충일 연휴 첫날이었던 이달 4일 국제선 이용객은 4만800여명으로 집계됐다. 국제선 이용객이 4만명대를 기록한 건 코로나19 확산 이후 27개월 만에 처음이다.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의 경우 노선 자체가 온전히 복구되지 않아 여행객이 몰리는 시간대는 다소 제한적"이라면서도 "국내선, 특히 김포~제주행은 이른 오전과 초저녁에 대거 몰린다. 저가 항공사의 경우 탑승수속을 대여섯명이 처리해도 버거울 정도"라고 귀띔했다.
여행업계에서는 국제선 이용객 수가 지금보다 더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지난 2년여간 억눌려왔는데 다른 나라들의 코로나19 상황, 국제 항공편 수 부족 등으로 아직 온전히 회복된 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항공편 수와 패키지여행 등 상품이 부족한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국제 항공편이 증편되고, 각 현지 사정에 따라 단체 관광이 재개되면 (공항 이용객 수가) 금새 현 수준의 1.5~2배가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골프와 관련해 동남아 여행상품을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며 "당장은 제주도에 수요가 집중되어 있지만,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각지로 본격 분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8일 0시를 기해 국제선 조기 정상화 추진에 본격 나섰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의 검역을 강화하고자 야간 운행을 제한한 조치 등을 전면 해제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입국자가 격리하지 않아도 되게끔 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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