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화장품 기업이 최근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언론은 한국 브랜드가 중국 트렌드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지만, 국내 뷰티업계에선 중국 규제 강화와 국수주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에서 빛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 따르면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2011년 5.3%에서 2016년 27%까지 치솟았다가 2020년 다시 18.9%로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라인인 헤라는 2016년 중국에 진출, 빠른 속도로 매장을 늘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각지의 헤라 오프라인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공식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니스프리도 사정이 좋지 않다. 중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2012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800개까지 매장 수를 늘렸으나 올해 1월 기준 중국 판매점 약 80%를 정리했다. 이니스프리는 연말까지 매장 수를 140개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고객의 구매 습관 변화에 대응해 마케팅 전략을 적절히 조정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제품이나 미국, 유럽의 화장품 브랜드를 더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중국 시장은 1995~2000년 사이 태어난 소비자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의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는 데 반해 한국 화장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지적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줄어든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국내 뷰티업계는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약화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현지 2030 소비자들의 국수주의, 중국산 화장품의 고급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수입 화장품 등록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데다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영업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것. 또한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애국·민족주의 바람이 불면서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점도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자국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젊은층이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뷰티뿐 아니라 다른 소비재들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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