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또다시 2조원을 투자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일본차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아세안 시장에 '미래 모빌리티 전략 핵심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 최초로 완성차 생산거점을 인도네시아에 구축했다고 16일 밝혔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10개국을 일컫는다. 인구만 6억명 이상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대국이다.
현대차는 이날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 현대차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며 "이 공장은 인도네시아 미래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전기차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산 25만대…아세안 전략적 교두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인도네시아 공장, 아이오닉5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그룹에서 아세안 허브 역할을 담당할 인도네시아 공장은 77만7000㎡ 부지에 지어졌다.올해 말까지 15만대, 향후 25만대 규모의 연간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총 투자비는 제품개발, 공장 운영비 등을 포함해 15억5000만 달러(1조9232억)에 달한다.
엔진, 의장, 도장, 프레스, 차체 공장, 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갖춘 현대차 최초의 아세안 지역 완성차 공장이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내에서 아세안 시장을 위한 전략 차종 육성 및 개발, 생산, 판매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환경 공법도 적용했다. 태양광 발전 설비로 공장 전력을 일부 생산하고 수용성 도장 공법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발생을 줄였다. 대기오염 저감 설비도 구축했다.
아이오닉5, 인니 전기차 생태계 조성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이 공장에서는 아이오닉5가 생산된다. 아세안에서 생산하는 최초의 전용 전기차이자 인도네시아 진출 브랜드 중 첫 현지 생산 전기차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며 아세안 각국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을 촉진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을 총 605대 판매했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87%에 달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판매를 통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모델인 크레타를 지난 1월부터 양산해 2월부터 인도네시아 시장에 본격 판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크레타는 아세안 및 아중동지역으로도 수출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싼타페, 하반기에 아세안 전략차로 신규 개발한 미래지향적 소형 MPV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LG엔솔 합작공장서 배터리셀 공급
인도네시아 공장 [사진출처=현대차]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산업 발전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2019년 대통령령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현지 부품과 인력 등을 활용해 현지화율 조건을 만족할 경우 부품 수입 관세 및 사치세(15%)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정부에서 사용하는 차량도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만대 이상, 총 13만여대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현지화 전략에 부응하고 지속가능한 공급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지난해 9월부터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중이다.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산업 단지에 자리잡은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된다. 2024년 상반기 중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한다.
합작공장 배터리셀은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된 차량과 향후 출시될 신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아세안 개척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아이오닉5 [사진출처=현대차]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 건립으로 아세안 신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아세안 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국가별로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다. 하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2018년부터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협정 참가국 간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아세안 국가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9년 11월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맺었다. 이 협정을 통해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 대부분의 관세가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로부터 최혜국 대우도 받는다.
E-GMP [사진출처=현대차]
완성차 생산을 위해 쓰이는 철강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을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보낼 때 높은 관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거나 다른 나라보다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게 됐다.인도네시아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연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판매된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 등으로 인해 판매가 주춤했으나 2025년 이후 다시 연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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