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명사' 테슬라 때문에 울고 싶었다. 지금은 테슬라 덕분에 웃고 있다. 토요타와 함께 하이브리드카(HV) 양강 체계를 구축한 혼다다.
하이브리드카는 친환경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전기차(EV) 앞길도 터줬다. 전기차 시대로 완전 전환되기까지 가솔린·디젤차와 전기차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1회 주행거리가 '위수지역'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기존 전기차의 한계 때문에 하이브리드카가 5년 동안은 주도권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테슬라 모델3 [사진 출처 = 테슬라]
그러나 테슬라가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있는 모델3를 앞세워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면서 하이브리드카는 2% 부족한 친환경차로 전락했다.테슬라 급성장에 자극받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포르쉐, 현대차, 기아 등 글로벌 자동차브랜드들이 서둘러 전기차 시대로 전환한 것도 하이브리드카 종식을 앞당길 것으로 여겨졌다.
HV, 친환경 퍼스트카로 다시 주목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반전이 일어났다. '충전 인프라' 구축이 폭발적인 전기차 판매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은 주저했다. 세컨드카로서는 매력적이었지만 퍼스트카로 쓰려면 여전히 불편을 감수해야 해서다.대신 전기차 덕분에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하이브리드카가 다시 대안으로 등장했다. 하이브리드카는 기름값도 아껴주고 충전 인프라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대접받았다. 판매도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카는 지난해 국내에서 18만6245대 판매됐다. 전기차 판매대수 10만402대보다 8만대 이상 많이 팔렸다.
어코드·CR-V HV, 혼다를 먹여 살렸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수입 하이브리드카 판매성장세는 더 가팔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하이브리드카 판매대수는 7만3380대로 전년(3만5988대)보다 103.9% 폭증했다.혼다는 하이브리드카 수혜를 만끽했다. 지난 2019년 일본 아베 정권의 도발로 촉발된 일본차 불매운동 타격을 받아 2020년까지 고전하던 혼다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카를 주력으로 삼으면서 생존하게 됐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4355대로 전년(3056대)보다 42.5% 증가했다. 혼다 어코드 HV는 1510대로 전년(1114대)보다 증가했다. 혼다 어코드 가솔린 모델은 2020년 847대에서 지난해에는 625대로 줄었다.
혼다 CR-V HV는 1119대 팔렸다. 혼다 CR-V 가솔린 모델은 579대 판매됐다. 하이브리드가 없던 지난 2020년 혼다 CR-V 판매대수는 596대에 그쳤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카가 혼다를 살린 셈이다.
혼다 HV, 가성비 넘은 '갓성비' 추구
혼다 i-MMD 모터 [사진 출처 = 혼다]
혼다 하이브리드카 인기 비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나 품질)를 넘어선 '갓성비(god+가성비)'에 있다. 하이브리드카 장점인 뛰어난 연비, 우수한 내구성, 국산 차종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 때문이다.하이브리드카 원조는 토요타다. 지난 1997년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했다.
후발주자인 혼다도 하이브리드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기술의 혼다'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한 혼다는 토요타와 같으면서도 다른 감성의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개발했다.
혼다 i-VTEC 앳킨슨 싸이클 엔진 [사진 출처 = 혼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차 성향을 지녔다. 이와 달리 혼다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 성향을 지녔다. 엔진이 모터를 거들 뿐이다.게다가 혼다 어코드와 CR-V는 내구성이 우수하고 잔 고장이 적기로 유명하다. 속 썩일 일이 적다는 뜻이다. 주유소도 카센터도 싫어한다. "혼다 차를 가장 싫어하는 곳은 혼다 서비스센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파워풀 하이브리드, 낯익음 속 낯설음
혼다 i-MMD와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 출처 = 혼다]
혼다 하이브리드카의 핵심인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기술은 엔진보다 모터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고효율 시스템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모터가 주인공으로 엔진은 모터를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유연하면서 민첩한 가속이 가능해 연비뿐 아니라 파워풀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이 기술로 혼다 어코드·CR-V HV를 '파워풀 하이브리드카'로 만들어준다.
혼다는 하이드리드카 핵심기술인 2모터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모터 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kg?m을 실현했다. 엔진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 속도, 강인함, 유연함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kg.m의 높은 효율을 가진 2.0 앳킨슨 싸이클 DOHC i-VTEC 엔진은 2모터 시스템을 보조한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 출처 = 혼다]
리튬 이온 배터리도 더 많은 전기를 충전하고, 충·방전 손실을 줄여주도록 개선했다. 배터리 성능 향상에 힘입어 주행 때 엔진 개입 빈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혼다 하이브리드카에 장착된 엔진의 주 역할은 발전용 모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고속 크루즈와 같은 상황에서는 달라진다. 더 효율적인 주행을 위해 엔진이 직접 개입한다. 콤팩트한 엔진 직결 클러치는 이때 동력을 직접 전달하여 연비를 향상시킨다.
PCU(Power Control Unit)도 혼다 하이브리드카 성능에 기여했다. PCU는 대량의 전력에 따른 2모터의 발열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혼다는 PCU 성능을 유지하면서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혼다 하이브리드카는 특유의 디자인과 성능 때문에 낯선 전기차와 달리 낯익음 속 낯설음으로 이질감을 없애고 신선함을 추구했다. 하이브리드카가 '완전 전기차 시대'가 올 때까지 존재가치가 충분하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하이브리드카가 아직은 친환경차 '넘버1'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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