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에 대해 임기 중 가장 중요하게 추구해야할 가치로 '성장'을 제시했다. 계속 떨어지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차기 대통령 취임 즉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물가·원자재가 안정'을 꼽았다.
◆ 기업들 '성장잠재력 회복'이 급선무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선 직전 국내 기업 450개사를 대상으로 '새정부에 바란다 - 기업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정부가 임기 중 가장 중요하게 추구해야 할 가치로 꼽힌 항목은 '성장잠재력 회복·확충(76.9%)'이었다.
성장잠재력 회복과 확충을 새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가치로 꼽은 것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세계경제 전체의 성장률보다 뒤쳐지는 현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대한상의 측은 설명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역대 정부마다 평균 1.0%포인트씩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세계 경제성장률과 격차가 나고 있다.
기업들은 이어 '공정한 경쟁환경 보장'(71.8%),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67.8%), 법제도의 선진화(61.6%), '국가의 글로벌 위상 제고'(56.2%) 등의 순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가치로 응답했다.
서울에서 중소 광고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미래 성장동력, 글로벌 선도기술 중심의 투자로 각 분야의 글로벌 1등 기업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며 "또 그러한 과실이 중소기업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새 정부는 시장·민간 중심의 성장 유도해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성에 대해 응답기업 네 곳 중 세 곳은 '시장·민간 중심의 성장 유도'(73.8%)를 선택했다. 반면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 추진'을 꼽은 기업은 26.2%로 집계됐다. 향후 경제정책의 초점이 기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의 자율성 보장과 기회 확대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서울 소재 금융기업 관계자 B씨는 "선진국으로 가는 갈림길에 있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경제 부양 측면에서 퀀텀점프 할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 및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경제 회복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역할로는 '법·제도 및 규제 개선'(40.0%)을 첫 손에 꼽았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과 투자'(34.2%), '고용 촉진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21.4%)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특히 규제 분야에서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세부 정책 방향으로 다수 기업이 '규제법령 통폐합 및 간소화(45.2%)', '포괄적 네거티브 전환(26.2%)', '입법영향평가 실효성 강화(18.0%)'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취임 즉시 해결 과제로는 '물가 원자재가 안정'
레미콘과 철근 등 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값이 추가로 더 오르면 수급 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기업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일하는 방식 변화에 맞게 근로시간제도 개선'(38.4%), '합리적 최저임금 등 효율적 임금체계 구축'(32.9%) 등이 응답이 높게 나타났는데, 근로조건의 제도적 통제보다는 각 기업 상황에 맞게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기업들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들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차기 대통령 취임 즉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단기과제로는 응답기업의 44.4%가 '물가·원자재가 안정'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피해 극복'(25.3%), '가계부채 관리'(12.9%)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를 비롯한 수입물가가 급등하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 기업은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들의 성공적 추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민관협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인의 27.3%가 민간의 참여·제안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장 경영여건에 대한 정책당국의 이해(22.0%)', '전문가 의견의 적극 반영(21.3%)'이 그 뒤를 이어, 정부-기업-이해관계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대한민국은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성장잠재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높아져 미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엄중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는 떨어지는 잠재성장률을 올리고 민간의 창의와 혁신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을 차질 없이 완수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