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를 녹이는 따뜻한 바닷물의 영향이 겨울철에는 여름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추정치는 여름철 관측 자료를 토대로 산출됐다. 이번 연구 결과가 반영될 경우 향후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추정치 또한 기존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극지연구소 김태완 박사 연구팀은 2014년부터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닷슨 빙붕 앞바다에 접근해 장기관측 시스템을 설치하고 2년간 바다의 변화를 기록한 결과, 겨울철 닷슨 빙붕을 지나 빙하 하부로 유입되는 따뜻한 바닷물의 열량이 여름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여름철 관측만으로 산출한 기존 학계 보고자료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바닷물의 유입에 의해 녹는 남극 빙하의 양도 기존 계산값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해수면 상승 역시 예상치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해빙의 분포와 바람, 해류의 영향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별도 계산이 필요하지만 기존 여름철 관측량만으로 산출한 추정치에 비해 연간 환산을 기준으로 하면 빙하가 녹는 추정치가 대략 절반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빙하가 녹는 것은 따뜻한 바다 유입 뿐 아니라 표면 기온 상승, 빙붕이 갈라지며 유빙이 됐을 때 바다와 접촉한 표면적이 늘어나는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빙하가 녹아내리며 바다에 유입된 물의 양은 가을철에 가장 많았다. 빙하 하부로 유입되는 바닷물은 일반적으로 2~3개월간 빙붕 아래에 머물며 빙하를 녹이다 섞여 빙붕 앞바다로 배출된다. 이 시간차가 가을철에 담수 유입이 가장 많은 원인으로 꼽힌다.
빙붕은 남극 대륙 주변 바다에 떠 있는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다. 남극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남극 빙붕 아래로 흘러 들어가 빙하를 녹이는 현상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닷슨 빙붕은 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알려진 서남극 아문젠해에 위치해 있다.
과거에는 여름을 제외하면 이 지역에 들어오는 따뜻한 물의 에너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려웠다. 두꺼운 바다 얼음인 해빙으로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영국 연구팀이 닷슨 빙붕 근처 파인 아일랜드 글래셔(PIG) 지역에 대해 계절적 차이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으나 선명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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