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광물의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해외 광물자원 개발사업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해외 채굴사업 지원 규모를 2배로 늘렸지만, 한국은 지난 2012년부터 사업 수를 줄이고 있다.
일본 요리우리신문은 이달 6일 일본 정부가 올해 광물자원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내규를 바꿔 해외에서 리튬과 니켈 확보 사업을 진행하는 민간기업에 대한 출자 한도를 기존 50%에서 최대 100%로 늘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많게는 조 단위의 비용이 들어가는 해외 채굴사업 지원을 늘려 민간기업의 사업 참여를 장려하고, 이에 따라 광물의 자체 공급 비율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은 현재 도요타 계열사인 도요타통상과 광산개발 회사인 스미토모금속광산 등이 아르헨티나와 필리핀에서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리튬과 니켈 대부분을 남미나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세계적으로 탈탄소 흐름이 강해지면서 자원 획득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번 정책이) 안정적인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채굴량과 수입·지출 등을 엄밀하게 파악하는 게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행보와 반대로 한국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 개인이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해외 광물자원 개발사업 수를 줄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말 219개였던 사업 수가 작년 상반기 기준 94개까지 줄었다. 특히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던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면서 70개가 줄었다.
특히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비롯해 2018년부터 작년까지 3개 광산을 매각했는데, 투자 금액보다 싼 값에 팔아 당시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당시 추가 개발 비용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으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정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2040년 리튬의 수요량이 2020년 대비 13배인 약 28만톤(t), 니켈은 6.5배인 약 13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이달 7일 국내 배터리 3사의 이차전지용 연간 리튬 수요가 올해 12만5000톤에서 꾸준히 늘어 2030년 74만9000톤까지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반면 국내 공급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한국의 리튬 수급안정화지수는 1.94로 '수급위기' 단계 , 니켈은 7.4로 '수급불안')' 단계다. 수급안정화지수는 국내 수급 리스크의 표준척도로 수급 상태를 공급위기(0~5), 공급불안(5~20), 공급안정(20~80), 공급과잉(80~100) 등 4단계로 분류한다.
SNE리서치는 "수요 급증 및 공급 불안정으로 2025년부터 리튬 부족을 전망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이차전지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의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리튬 확보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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