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삼겹살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A(36)씨는 지난 24일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전날 하루 배달 건수가 이전보다 30%나 늘어난 것. A씨는 "홀 손님이 대부분인 옆 가게가 밤 9시에 문을 닫는 걸보면 씁쓸하다"면서도 "코로나19 시대가 돼보니 창업 당시 배달 전문점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내 배달 시장 규모 23조
2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추산된다. 2년 전인 2017년(15조원)과 비교하면 53%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24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성장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견인했다. KT경제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5000억원에 불과했던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 총 거래액은 올해 1분기 3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중 94.3%(3조3000억원)가 배달앱 등 모바일에서 이뤄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외식 경향 발표'에서 1인 가구의 증가와 배달앱 등 비대면 서비스의 발달로 배달음식 시장이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내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확산된 혼밥 문화와 다양한 1인용 배달음식 출시 등으로 혼자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식사를 선호하는 '홀로 만찬' 트렌드에 힘입어 배달 시장 규모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문닫는 주점대신 편하게 홈술
[자료 제공 = 와이즈앱]
코로나19는 급성장하는 배달음식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밤 9시면 문을 닫는 음식점 대신 집에서 배달음식으로 한끼를 해결하거나 안주를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외식보다 내식이 일상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실제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따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개편 전)로 격상됐던 지난 8월 배달앱 결제액은 역대 최대치인 1조2050억원을 기록했다. 결제자는 올해 1월(1326만명)보다 20% 증가한 1600만명을 기록했다.
3차 대유행 속에서도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폭증할 전망이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 안팎을 기록한 이달 16~22일 배달건수는 310만건으로 전월 동기간 대비 14% 증가했다. 바로고 관계자는 "2단계가 시행된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배달 건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에서도 최근 일주일간 배달건수가 전월 동기간대비 48% 늘었다.
◆ 치솟는 라이더 몸값
배달음식 주문이 폭주하면서 배달을 대행하는 라이더를 잡기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쿠팡은 다음달 1일부터 라이더에게 지급하던 배달 수수료 1만5000원 상한선을 폐지한다. 예로 음식점주가 기본 3000~4000원의 배달대행료만 부담하면 나머지 1만1000~2000원은 쿠팡이츠가 내더라도 라이더를 잡겠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한시적으로 건당 8000원의 배달대행료를 지급하고 있다. 배민라이더스 배달대행료는 4000~5000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배달대행료 인상에 대한 필요성도 나온다. 쿠팡이츠, 요기요 익스프레스가 제시하는 프로모션보다 3000~4000원 수준에 머물러있는 고정 배달대행료를 높여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부 배달대행업체는 지난 8월 주문량이 폭주하자 특정 지역의 배달대행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500원 인상한 바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현재 배달료인 3000원은 10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동결된 것이 아니라 삭감된 것"이라며 "안전신호를 준수하면서 시간당 네 건 정도를 배달했을 때를 고려하면 기본배달료가 건당 4000원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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