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과의 인수합병(M&A)을 논의한다.
이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와 아시아나항공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참여할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안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가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관리 체제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 무산 직후부터 대한항공 측과 접촉해 M&A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여기에 산업은행이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증자 대금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산업은행-한진칼-아시아나항공 순으로 지분을 갖게 돼 사실상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가 성사되면 자산이 40조원에 달해 한진그룹은 전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그룹이 된다. 항공기는 대한항공 173대, 아시아나항공 86대 보유해 합하면 250대를 넘는다.
변수도 있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자금을 지원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기 과대 혈세 투입 논란이 인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으로부터 지원 받은 3조3000억원을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2400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대한항공 역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1조2000억원을 지원 받았으며,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신청할 계획이다.
독과점 우려도 있다. 두 회사의 자회사까지 합하면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이 50%를 크게 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칠 경우 62.5%에 달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주도하는 합병안인 만큼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불발되긴 했지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처럼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기업결합을 승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공정위가 회생 불가로 판단한 기업에 산업은행이 대규모로 혈세를 투입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입과 대책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려다 대한항공과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사의 노선과 사업 등이 겹치지 않도록 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른 노동조합의 반발도 예상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 등 3자연합은 이미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 대주주가 될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을 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46.71%로, 조 회장의 41.14%보다 많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산업은행이 한진칼 3대 주주로 오르면 조 회장 측에 충분한 우호지분이 확보된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은 한진칼 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경우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KCGI는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인 한진칼이 증자하는 것은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3자연합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우선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진칼도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의를 위해 이사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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