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북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이 시커먼 분진(철·유릿가루)으로 범벅이 된 사진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려주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진을 계기로 분진 범벅인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성능이 떨어지는 방진 마스크를 제공해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같은 작업장에서 촬영했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한 얼굴의 사진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마스크 품질 논란과는 별개로 분진이 심한 작업장에서 안전을 책임질 보호장구를 노동자가 올바르게 착용했는지 의심할 만한 사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전주공장 소재 보전업체인 마스터시스템 소속 업체 노동자들은 전주공장 엔진 소재 설비를 유지 보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작업장에는 많은 분진이 발생한다. 따라서 노동자 안전을 위해 성능이 뛰어난 방진 마스크와 보안경 착용이 필수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마스크를 지급받아 분진이 마스크 안으로 들어오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노동자는 얼굴이 시커먼 분진으로 범벅이 된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진을 공개한 노동자들은 얼마 전까지 유명 제품인 3M 방진 마스크를 지급하던 회사가 최근 성능이 좋지 않은 다른 마스크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노동자는 성능이 좋지 않는 마스크를 쓰면 분진을 그대로 마시게 된다며 이전 제품으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하청업체와 원청 모두 별다른 답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마스크 교체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회사측을 규탄하며 지난 9일부터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논란이 확산된 뒤 공장 측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기존 제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전주공장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진에 나온 방진 마스크도 KSC 1등급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며 "지난 10일부터 요구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기존에 지급하던 3M 방진 마스크를 다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은 같은 것으로 보이는데 얼굴에 묻은 분진 상태는 크게 다른 사진도 존재한다.
업체에 마스크 교체를 요구하며 카카오톡으로 보낸 사진이다. 눈코입을 중심으로 '티자(T)' 형태로 상당히 많은 분진이 검게 묻어 있던 당초 사진과 달리 눈과 코의 가장자리에 분진이 주로 묻어있다. 민주노총 기간지인 <노동과 세계>가 12일 게재한 기사에도 두 사진이 모두 실려 있다.
두 사진에 나온 분진 분포 상태를 비교해보면 업체에 마스크 교체를 요구하며 보낸 사진은 보안경을 착용하고 코 부위에 마스크를 밀착시켜주는 코받침용 금속 와이어도 누른 상태에서 촬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상대적으로 얼굴에 분진이 적게 묻었지만 업체에 마스크 교체를 요구하며 보낸 사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열악한 상태에서 찍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분진으로 범벅이 된 사진은 보안경을 쓰지 않고, 코받침용 금속 와이어를 누르지 않아 분진이 그 틈새로 들어온 상태에서 찍은 것일 수도 있다.
보안경까지 착용했는데 눈 주위까지 분진으로 뒤덮였다면 마스크뿐 아니라 보안경도 교체 대상이다.
또 3M 마스크와 대체 마스크 모두 KSC 1등급 제품인데 분진 차단 효과가 이처럼 크게 차이난다면 대체 마스크 품질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동일한 등급을 인가해준 기관에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분진으로 뒤덮인 마스크. 제일 위쪽에 있는 마스크의 경우 코에 밀착하는 금속 와이어가 구부러져 있다. 중간에 있는 마스크는 금속 와이어가 구부러져 있지 않다. [사진 =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물론 두 사진에 나온 분진의 양과 분포 범위는 다르지만 마스크 품질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분진이 상대적으로 적게 묻었더라도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더 우수한 마스크로 교체해주는 게 당연하다.<노동과 세계>에는 분진으로 가득찬 작업 현장 사진도 게재돼 있다. 품질 좋은 마스크와 보안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작업 환경이다.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가 분진으로 뒤덮였다며 공개한 '마스크 사진'에서도 마스크 3장의 분진 오염 상태가 다르게 나와 있다.
하지만 만약 해당 노동자가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촬영했다면 마스크 품질 논란 외에 또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마스크 3장 사진'에서도 코받침용 금속 와이어 상태가 차이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원래부터 코 부분이 밀착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열악한 작업 환경을 알리기 위해 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자극적으로 연출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니면 분진 작업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얼굴이 분진 범벅이 된 사진과 노동자가 마스크 교체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담은 사진을 모두 공개했지만 좀 더 자극적인 사진 한 장만 널리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진만 가지고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성능 좋은 보호장구도 제공해야 한다"며 "방진 마스크를 포함해 기존에 공급했던 전체 보호장구의 품질을 다시 한번 검증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자들도 보호장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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