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튜불린(Tubulin) 나노공학'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3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최명철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나노소재의 기초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몸속에서 미세소관을 구성하는 '튜불린 단백질'을 나노공학의 측면에서 재조명해 거둔 성과다.
자연계와 산업계의 나노소재들을 다양한 곡면 구조로 만드려면 서로 다른 모양을 가지는 최소 두 종류의 분자들을 이어 붙여야 한다. 최 교수 연구팀은 생명 현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세소관의 특이한 성질에 주목했다. 바로 미세소관이 성장과 붕괴 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곡면을 오직 한 종류의 단위체인 튜불린 단백질만으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미세소관은 튜불린 단백질로 이루어진 긴 튜브 형태의 나노 구조물이다.
연구팀은 튜불린이 수직한 두 방향으로 접히는 독특한 성질에 핵심이 있다고 판단했다. 튜불린의 형태 변형을 인공적으로 제어하겠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은 후 곧장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튜불린을 두 방향으로 접을 수 있는 분자스위치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가속기 X선 산란장치를 이용해 옹스트롱(Å, 100억 분의 1미터)의 정확도로 미세소관 구조를 관찰해 이 스위치를 찾았다. 분자스위치의 크기와 개수를 조절함에 따라, 최 교수 연구팀은 단일 벽 나노튜브에서 이중벽 나노튜브로 변환하거나 이중나선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 교수는 "이 논문을 계기로 튜불린을 나노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바이오-나노기술의 특이점이 될 선도적 연구"라고 말했다. 그는 "나노미터 크기의 광학/전기/의료 소재를 개발하는 플랫폼으로는 물론 모터 단백질 키네신과 결합해 분자기계를 개발하는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향후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가진 나노소재를 만들어낼 '튜불린 나노공학'의 발전 기반 조성과 함께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분자스위치는 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지난 9월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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