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유행 이후, 독감 및 감기 환자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었던 위생습관이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세균이 우리 몸에 파고들 틈이 없어진 것. 바로 '코로나의 역설'인 셈이다.
질병관리청(KDCA)이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및 52개 의료기관을 표본보고기관으로 한 '호흡기 바이러스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호흡기 바이러스 양성률은 △3월 12.7% △4월 21.7% △5월 52.6% △6월 59% △7월 53.5% △8월 42.5% △9월 22.8%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8월을 제외하면 크게 감소했다.
서울 서남부 거점 종합병원인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의 경우에도 올해 3~9월 독감과 감기로 내원한 환자는 독감 27명, 감기 2566명 등 총 25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3340명(감기 -1만2378명, 독감 -1062명)에 비해 5배이상 큰 폭으로 줄었다.
이지용 에이치플러스(H+) 감염내과 과장은 "코로나19로 모임이나 외출 대신 비대면 접촉이 늘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가 일상화되면서 감기 등 감염성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와 함께 환자들이 코로나19 전염을 우려해 가벼운 증상만으로는 병원을 찾지 않는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감기를 비롯해 각종 감염병 예방의 기본 수칙은 손 씻기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질환이 약 60%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하루에도 몇 번씩 손으로 얼굴을 만지기 때문에 우리 손이 주요 감염 통로가 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연구진이 2015년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실험 결과, 학생들은 시간당 평균 23번 얼굴을 만졌다. 그 중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으로 쉽게 들어오는 통로인 입,코,눈을 만지는 횟수도 4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한쪽 손에는 약 6만마리 세균이 있고, 3시간만 손을 씻지 않아도 26만마리의 세균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침한 뒤, 음식 먹기 전, 화장실 다녀온 후, 외출 후 등 수시로 손을 씻는 것이 안전하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손 씻기를 통해 설사 질환은 30%, 감기나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질환은 20%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손을 '제대로' 씻는 것도 중요하다. 물과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야 하며 양손의 모든 면을 닦고, 특히 사물과 접촉이 잦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숨어 있는 손톱과 손톱 밑도 꼼꼼하게 닦아야 한다. 이렇게 올바른 방법으로 손 씻기를 할 경우 세균의 약 99.8%를 제거할 수 있다.
코로나19, 폐렴 등 비말 전염성이 강한 감염질환은 손 씻기와 함께 마스크 착용도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침할 때 튀어나오는 미세한 물방울인 비말에 바이러스가 섞여 나와 타인의 입이나 코를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 기침과 재채기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나 식사 중에도 비말이 튈 수 있다. 따라서 감염된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또한 기관지염, 천식 등 기관지 질환을 유발하는 먼지나 이물질 등을 일차적으로 걸러주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지용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과장은 "감기는 비말을 통해서 주로 감염되지만 바이러스 비말이 묻어있는 손으로 코나 입 등의 호흡기를 만지는 것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과 함께 손 씻기, 손 소독제 사용을 통해 손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며 "외출 후, 대중교통이나 다중이용시설 이용 후에는 반드시, 그리고 수시로 올바른 손 씻기를 해야 감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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