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알려진 금성은 평균 온도가 464도에 달한다.
그러나 금성에서 지구의 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혐기성 생물이 내뿜는 것과 같은 가스분자가 포착돼 생명체가 실제 존재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이를 외계 생명체 탐색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유럽남방천문대(ESO)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카디프대학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금성 대기 구름에서 인의 수소화합물인 '포스핀'(phosphine·H₃P)을 발견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를 통해 발표했다.
포스핀은 산소가 없는 곳에서 서식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배출하거나 산업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금성 표면은 납도 녹일 만큼 뜨겁지만 높은 대기에서는 강산성을 견딜 수 있는 미생물이 떠다닐 수도 있는 것으로 예견해 왔으며, 포스핀이 이런 미생물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구팀이 금성 대기 중의 포스핀이 분자 10억개 당 2개(2 ppb)에 불과한 극미량만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포스핀의 존재가 생명체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성 대기 중 산도가 강해 포스핀이 곧바로 파괴되는 점을 고려하면 무언가가 포스핀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에서는 박테리아가 광물이나 생물 물질에서 인을 빨아들이고 수소를 덧붙여 포스핀을 배출하는데,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와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대기 중 포스핀의 근원이라는 점은 같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포스핀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생물적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실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아직도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ESO 천문학자 레오나르도 테스티는 논평을 통해 "암석형 행성에서 포스핀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로는 금성에서 비생물학적 요인으로 포스핀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배제됐다"면서 "금성 대기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면 우주생물학에서 큰 성과인 만큼 추가 관측과 이론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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