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어서 할인하거나 판매할 때 사실상 비닐(합성수지) 필름이나 시트로 포장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능하다는 일명 '재포장'법 기준이 새롭게 나왔다. 당초 이 법은 지난 7월 발표됐는데 애매한 규정으로 '묶음할인'이 전면 금지된다는 오해를 샀다. 이에 환경부가 두달간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번에 보다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환경부는 산업계, 전문가,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합성수지 재질의 재포장을 줄이기 위한 적용대상과 예외기준을 21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재포장 규제 대상을 '합성수지 재질의 필름 시트'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지난 기준에서도 비닐이 아닌 띠지나 고리 등으로 재포장은 가능했으나, 워낙 비닐 재포장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보니 1+1 가격 할인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예컨대 우유 두팩을 비닐로 재포장한 상품은 내년 1월부터 더이상 판매될 수 없다. 대신 기존에 비닐로 쌌던 우유 1+1 상품을 종이박스에 넣거나 얇은 테이프로 묶어 판매하면 재포장기준을 피할 수 있다.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예외 기준도 보다 확대됐다. 종합제품이 4개 이상 넘어갈 경우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예외적으로 비닐 포장을 허용한다. 예컨대 16개짜리 작은 생수병을 묶음 판매할 경우에는 불필요한 '재포장'이 아니라 비닐로 재포장이 가능하다.
수송·운반·위생·안전 등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소비자가 선물포장 등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재포장법 예외상황에 해당한다. 또 야채나 고기류 등 신선도가 중요한 1차 제품과 애초에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 제품 역시 예외대상이라 비닐로 재포장할 수 있다.
'재포장법' 시행 시기는 내년 1월부터다. 다만, 포장설비 변경, 기존 포장재 소진 등을 감안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등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환경부 측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2만 7000여t 전체 폐비닐 발생량의 약 8.0%에 달하는 적지 않은 양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식품업계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봉준 한국식품산업협회 산업진흥본부장은 "식품 제조 및 가공업체들도 재포장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가정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폐기물 양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줄여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간상 촉박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어 확대협의체에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고 일정부분 업계 요구가 반영됐다"며 "환경부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추후에 발생할 이견도 원만하게 해결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별 기업들은 재포장을 최소화하는 트렌드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폐기물 문제가 불거진 후부터 제품 대부분을 테이프가 아닌 띠지 포장형태로 변경했고 묶어파는 행위를 최소화했다"며 "만일 가이드라인에 조금이라도 위배될 소지가 생긴다면 환경공단과 협조해 최대한 맞춰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식품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은 낱개 판매와 같이 유통이나 배송과정 중 파손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예외조항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제도 적용대상에 쿠팡, G마켓 등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 유통업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측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기업은 직접 제품을 제조하거나 포장하는 경우가 드문 만큼,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제조, 수입, 판매업체가 재포장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업계의 경우 향후 택배 배송등에 대한 포장기준을 마련해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택배 배송 등을 위한 수송포장에 대해서는 제품포장과 같이 포장기준을 마련하고, 택배 배송 시 사용하는 종이상자 등을 다회용 포장재로 전환하는 시범사업도 올해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택배 관련해서는 명확한 포장 부피, 횟수, 방법에 대한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김연주 기자 / 심희진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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