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을 앓은 직계 가족이 있는 위암 환자 4명 중 3명꼴로 위 점막에서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최윤진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종합내과 온정헌 교수)은 "위암 환자가 2명 이상인 직계 가족을 조사한 결과, 위 점막에서 점액을 만드는 'MUC4'유전자 변이가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유전자의 변이를 조기에 확인한다면, 위암 발생을 미리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위암은 맵고 짠 음식, 탄 음식, 흡연, 헬리코박터균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가족력 역시 위암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직계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위암 위험도가 2.5배에서 3배까지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위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위암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내시경 검사 등의 검진이나 진단을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암의 발생 기전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수 있다. 이에 김나영 교수팀은 직계 가족 내에 위암환자가 2명이상 있는 14가족(총 112명)을 찾아 위암 발생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 여부를 분석했다. 가족 내에서 위암이 발생한 환자 19명(평균 연령 59세)과 위암이 발생하지 않은 대조군 36명(평균 연령 62세)의 혈액에서 DNA를 분리해 전장엑솜분석(whole exome sequencing)을 실시했다. 전장엑솜분석은 유전성 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진단할 때 시행하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법이다. 위암환자 19명은 의료정보 및 가족들의 증언에 의해 위암환자로 확인된 인원이 46명이었지만 사망, 해외거주, 연구거부 등으로 인해 DNA 분석이 불가능했던 위암 환자를 제외한 인원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위암 환자와 대조군에 대한 유전자 변이 비율을 확인하고 어떤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위암환자는 위 점막에 있는 MUC4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본래 MUC4는 위 점막에서 끈적이는 점액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점액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암을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는 위암 환자에서 나타난 MUC4의 변이, 즉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발현이 위암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김나영 교수는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통해 위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유전자 변이 여부를 간단하게 판독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된다면 위암의 조기 진단이나 치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7월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