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대출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율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4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규제가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강화됐지만 실수요자들의 주택매입이 급증하고, 이에 따른 집값 상승이 이어진 결과 대출액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30일 IMF에 따르면 '국가별 최근 1년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율(Real Credit Growth Over the Past Year)' 조사에서 한국은 8.3%을 기록해 집계대상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44개국 평균치인 1.4%에 비해 6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의 뒤를 이어 중국(7.9%)이 2위를 기록했으며, 3위는 홍콩(7.7%)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9년 4분기 부동산 담보대출액을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을 집계했다. 공교롭게도 IMF의 조사기간은 문재인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의 유주택자 추가매입과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원 초과)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직후다.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담보대출액이 감소했어야 할 기간에 오히려 전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로 증가한 셈이다.
규제를 역행하는 통계가 나온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처음부터 잘못된 목표를 설정한 결과라 지적한다. 장인석 LH토지주택연구원 부동산금융연구센터장은 "9·13 대책의 대출규제는 일부 투기세력이 집값 상승을 조장한다는 판단하에 이들의 대출을 막아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런데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실수요자들의 매입수요가 강했던 탓에 부동산 담보대출이 세계 1위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라 말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매입추세가 갈수록 강화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율은 앞으로도 IMF 집계에서 높은 순위를 이어갈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이 최근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를 0.17%포인트 내려 최저 1%대(1.96%) 주담대 시대가 열렸으며, KB국민은행·우리은행 등도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무주택·실수요자 비중이 높은 30대의 아파트 매입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 건수에서 30대는 3601건을 기록해 전달(1258건)보다 2.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매입 거래(1만1106건) 중에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4%로 전달보다 3.4%포인트 늘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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