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지는 車생태계 <1회> ◆
대구 달성공단에서 산업용벨트를 제조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던 외국계 부품업체 한국게이츠는 6월말 한국 생산시설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진출 31년 만이다. 모터를 생산하는 차 부품사 AVO카본코리아는 최근 직원 80여명 중 생산직 13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는 자동차 위기 상황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생태계 붕괴는 인력 구조조정과 극심한 자금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가 지난 6월말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만도 협력사 및 울산·부산지역 자동차 부품사 55곳을 대상으로 긴급 경영환경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0%인 33곳이 "하반기 감원과 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감원 비율은 현재 인력대비 20%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8곳은 30% 수준 감원계획을 언급했고, 1곳은 50%이상 내보내야한다고 응답했다.
자동차 산업의 고용위기는 2분기부터 본격화했다. 국내 2위 부품회사인 만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 2분기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금호에이치티와 대한칼소닉 등 주요 부품회사들도 인원 감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버틸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한국 자동차 생산 규모는 총 320만대로 전망된다. 차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400만대를 지키기는 커녕 2003년 수준인 317만대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차 부품업체 26만여명을 포함해 자동차 산업 직간접 고용 190만3000명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금난도 심각하다. 설문조사에서 차 부품사 10곳 중 7곳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한 기업이 전체의 72%인 40곳에 달했으며, 필요자금이 100억원 이상이라고 밝힌 기업은 17곳이었다.
차 부품사들은 차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우선 정책 과제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유동성 공급 확대, 주 52시간 시행 예외 적용 등을 요청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코로나 19로 인해 가속화하면서 연구개발 능력을 못갖춘 대부분 부품산업에는 치명타"라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이종혁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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