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식'을 코로나19 위험 활동으로 분류한 대신 외식을 한다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심식당'을 이용하라며 연말까지 2만개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속된 코로나19 여파에 벼랑 끝에 내몰린 외식업체들은 "취지는 좋으나 홍보 부족으로 고객들은 물론 식당들조차 이를 잘 모르고 있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만개'로 개수를 한정한 것을 두고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위생적인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 요건을 준수하는 식당을 안심식당으로 지정한다"며 "연말까지 모범음식점을 중심으로 2만개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심식당으로 지정된 식당은 스티커의 부착, 전국 안심식당 리스트 온라인 공개 등 온·오프라인 홍보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에 필요한 물품과 비용을 추가경정예산 17억원과 지자체 예산을 합쳐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뷔페, 1인 반상, 한상차림 등 96개 서비스 형태별로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 한식당을 선정해 다른 식당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지침도 제작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들은 지난 8일부터 일제히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지역 내 음식점들로부터 안심식당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선정 기준은 △덜어 먹기 도구 비치 △위생적 수저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 △업소 소독 및 손 소독제 비치 △남은 음식 재사용 안하기 등 '5대 수칙' 준수다. 신청한 식당에 각 지자체 담당직원들이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뒤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안심식당 지정 방침에 대한 반응이 예상외로 시큰둥하다. 부족한 홍보 탓에 상당수 식당 주인들은 "안심식당을 신청할 계획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떻게 신청하는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54세)는 "우리 식당이 대상이 되는 건지 어떻게 신청하는 건지, 인터넷을 잘 안하니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모르고 있었다"며 "관련 내용을 검토해 본 적 없다"고 전했다.
안심식당이 되려면 덜어먹기용 집기와 수저 등을 추가로 구비해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그 효용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는 "출입문에 스티커 하나 더 붙인다고 고객들이 얼마나 더 찾을지도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에 총 100개 식당을 '안심식당'으로 선정하겠다는 경기도 부천시의 경우 신청 접수를 시작한 8일 총 9개 식당의 신청이 들어왔다. 부천시 관계자는 "아직 홍보가 부족한 것을 인지하고 있어 현장점검을 통한 주변 상권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매주 시청 홈페이지에 안심식당 리스트를 업데이트해 시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연말까지 '2만개'를 지정하겠다는 대목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만개로 한정한 기준을 모르겠다는 것. 업계에서도 "턱 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반응이다. 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전국의 외식업체는 약 67만개다. 비율로는 3%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전국 식당 67만개 중 장사가 되는 식당들은 30%가 채 안 된다"며 "나머지 60~70%는 당장 버티기도 힘든 곳들인데 그런 식당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안심식당 스티커라도 붙이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외식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식당들이 마스크 착용과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데 안심식당 지정과 미지정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기준을 갖추고도 안심식당에 지정되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당장 식당 문을 닫게 생긴 상황에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호소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씨(49세)는 "임대료와 인건비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며 "정부 예산이 부담이라 지원이 어렵다면 최저임금만이라도 동결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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