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일가와 지분 싸움을 벌여왔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측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총수일가가 남매간 다툼도 벌여 지분 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23일 한진칼 지분을 직전 보고일인 지난 5월 28일 15.98%에서 장내매수를 통해 17.29%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변동 사유는 단순 추가 취득이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7∼18일 한진칼 주식 24만7601주를 추가로 샀고,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와 캐트홀딩스가 지난 13∼18일 각각 25만4698주와 27만2089주를 취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4%다. 두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총수일가와 갈등을 빚어왔다.
문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공개하고,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선대회장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금도 (조원태 회장이)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혀 지분 경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이 6.46%, 조 전 부사장이 6.43%,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2%, 삼남매의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이 5.27%를 갖고 있다. 삼남매의 지분율 차이가 0.03~0.04%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특히,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이 제동을 걸면 재선임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한진그룹 측은 이날 오후 입장자료를 내고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맞섰다.
이어 "회사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 최근 그룹이 임직원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 전 부사장 측에 경고했다.
또한, 한진그룹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임직원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국민과 주주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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