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에 이어 가향(향이 가미된)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편의점에서 퇴출되면서 가맹점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회적 이슈로 판매가 중단되거나 할인 품목에서 제외됐지만 반품이 사실상 불가해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28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GS25를 시작으로 CU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업체들은 쥴 랩스의 트로피칼·딜라이트·크리스프 3종과 KT&G의 시드툰드라 1종의 판매를 중단하거 신규 발주를 막아놓은 상태다. 이는 정부가 중증 폐 질환 유발 논란이 일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판매가 중단되고 가맹점에 사용중단 권고 안내문이 붙으면서 액상 전자담배의 판매량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 편의점주는 "기존 액상 전자담배를 사가는 손님이 10명이었다면, 정부 권고안이 발표된 이후에는 1명 정도로 현저히 줄었다"며 "본사 지침에 따라 판매는 계속 할 수 있지만 '왜 아직 판매하냐'며 지적하는 손님들 눈치에 매대에서 뺐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상권의 경우 편의점 1곳당 액상형 전자담배 재고는 30만~4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담배의 경우 마진율이 10% 내외다. 액상형 전자담배 1보루(10갑)만해도 원가가 4만원에 달한다. 원가가 높기 때문에 재고로 남을 시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담배·주류는 본사의 가맹점 폐기 지원 대상 제외 품목이다. 현재 편의점 계약상 가맹점은 모든 제품에 대해 가맹본부에게 반품을 요청할 수 없다. 가맹본부가 제조업체 측에 반품을 요구하는 게 공정거래법상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다만 편의점 가맹본부는 유통기한이 짧거나 신제품 등에 한해서만 10만~30만원 내외의 '폐기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담배와 주류는 유통기한이 없거나 1년 이상이고, 매출이 일정하게 나오기 때문에 과거부터 폐기 지원에 대한 필요를 못 느꼈던 제품"이라며 "신규 발주만 중단한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판매를 중단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반품을 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BGF]
그나마 가향 액상 전자담배의 경우에는 유통기한이 없거나 개봉 전 2년 가량이다. 이 때문에 편의점업체들은 다음달 발표될 정부의 가향 액상 전자담배의 안정성 검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사 결과 제품에 문제가 있을 시 가맹본부는 제조사 측에 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일본 맥주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일본산 불매운동에 주요 편의점업체들은 일제히 아사히 등 일본 맥주의 할인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대부분 편의점에서는 일본 맥주 제품 매출은 불매운동 전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캔맥주 유통기한은 1년으로, 불매운동 당시 판매된 제품들은 대부분 내년 3~4월까지만 판매할 수 있다.
한 편의점주는 "일본 맥주의 경우 입고 당시 원가가 할인된 상태였기 때문에 계산대에서 다른 수입맥주 바코드를 찍는 우회방식으로 그나마 재고를 소진할 수 있었다"며 "액상 전자담배의 경우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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