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이 넘는 갤럭시노트10을 8만원에 판매하기로 사전예약을 받은 일부 대리점들이 노트10 개통이 시작된 첫날부터 예약 취소를 통보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통신사에게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한 '리베이트'(판매 장려금)가 나오지 않자 대리점들이 일방적으로 사전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대리점들에 속았다"며 원성을 높이고 있다.
2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노트10 8만원 보장'을 내걸은 일부 대리점이 고객들에게 사전예약 취소 알림을 보내고 있다. 한 유통점에서 노트10 사전예약한 A씨는 "20일 물건이 올줄 알았는데 오지 않아서 문의를 했더니 안되겠다며 취소해야 한다고 들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서울 자양구 한 유통점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한 B씨는 "대리점이 '사전예약 취소'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취소시키는 법이 어디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거래가 8만원, 20만원 등을 약속했던 대리점이 사전예약을 취소하는 이유는 통신사가 대리점에 보내주는 판매장려금이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유통망은 통신사 리베이트가 70만원 가까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8만원대 노트10 판매를 보장했다. 통신사 공시지원금 40만원과 판매장려금 70만원을 더해 120만원의 노트10을 10만원 안팎에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대리점들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대리점 직원은 "통신사쪽에서 높은 지원금을 뿌릴 것처럼 암시했는데 막상 정부의 감시가 걸리는지 지원금을 풀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했다. 그럼에도 대리점 사장들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어제 통신사 ㅇㅇ에서 보조금이 뿌려졌더라" 식의 메시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때문에 사전예약을 받은 일부 대리점들은 고객들에게 예약 취소가 아닌 '보류'를 안내하면서 "보조금이 풀릴때 약속한 가격에 맞춰서 개통을 해주겠다"고 설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불법 보조금을 금지한 단통법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가입자를 늘리려는 이통사와 판매 장려금을 받으려는 대리점들, 싸게 물건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어디서든 똑같은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깨끗한 시장 질서는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3사는 노트10 공시지원금을 확정했다. 최고 공시지원금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2만원, KT가 45만원이다. 이는 최고 지원금 기준 70만원에 달했던 갤럭시S10 5G보다 25만원이 낮아진 것이
노트10은 사전예약단계부터 흥행을 일으켰다. 삼성전자는 "최종 사전 판매 물량은 130만대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작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잇따른 예약 취소로 실제 개통률은 기대에 못미칠 전망이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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