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한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판매 실적을 거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달 판매량이 곤두박질 쳤다. 지난달 초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들어간 동시에 수출 우대국인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진 탓이다. 일본이 이달 초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 조치를 실행하면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 일본차의 국내 판매는 당분간 약세를 면칠 못할 전망이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7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차의 국내 판매량은 2674대로 지난해 같은달(3229대)과 비교해 17.2% 줄었다. 바로 전달인 6월 판매실적(3946대)과 비교하면 일본차의 지난달 국내 판매 감소폭은 32.2%에 이른다.
일본차는 올해 상반기 2만3482대가 팔리며 국내 시장에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총 수입차 판매 중 21.5%를 차지해 지난 2010년이후 처음으로 점유율 20%도 돌파했다. 일본 브랜드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은데다 친환경 하이브리드차(HEV)에 일본차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지난해 10월이후 일본차의 월간 판매량은 3000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일본차 판매량이 3000대를 넘지 못한건 지난해 9월이후 10개월만이다. 동시에 지난달 판매량은 지난 2017년 2월 2704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일본차 불매운동이 효과를 제대로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브랜드 중 닛산의 전년 동월 대비 판매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은 지난해 7월 351대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228대 판매에 그쳤다. 1년 만에 한 달 판매량이 35% 급감한 셈이다. 혼다도 불매운동 영향을 크게 받았다. 혼다의 7월 판매량은 468대로 지난해 7월 기록한 704대와 비교해 33.5% 줄었다.
도요타는 지난해 7월 1270대를 국내 시장에 판매했지만 올해는 865대밖에 팔지 못했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 감소율은 31.9%에 이른다. 6월 판매량(1384대)와 비교하면 7월에 37.5% 판매량이 급감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지난달 982대를 판매해 지난해(741대)보다 판매량이 오히려 32.5%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6월 판매량(1302대)과 비교하면 7월 판매가 24.6% 줄어 상반기까지 좋았던 분위기가 하반기에 급격히 나빠졌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본 브랜드의 8월이후 판매 상황도 당분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이 이달 초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함에 따라 한·일간 경제전쟁이 본격화됐고, 양국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뜨거웠던 일본차 판매 열기가 꺾이면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브랜드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들어 주춤했던 독일차 판매량은 지난달 1만2006대를 기록하며 6월(1만746대)보다 11.7% 증가했다. 영국차 판매량도 지난달 1598대로 6월(1445대)보다 10.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일본차 판매는 8월이후 더 줄어들 수 있다"며 "국산차가 반사이익을 얻으면 좋은데 유럽차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