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대세'에 숨 죽여 지내던 세단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세단 시장은 2010년대 들어 SUV에 잠식당했다. '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목적 레저용에 머물던 SUV가 세단 못지않은 안락함과 주행 성능을 갖춘 도심형 차로 진화하면서 영향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SUV 시장은 2010~2016년 연평균 17.7% 성장했다. 국내 SUV 시장도 2011년 20만대 수준에서 매년 16% 성장했다. 내수 점유율은 2012년 20%를 넘어선 뒤 2016년에는 30%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35%까지 늘었다.
21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통계를 산정하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판매된 SUV는 57만7497대, 세단은 68만7966대다. SUV와 세단 판매대수 차이는 1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이로써 올해 하반기에는 마침내 SUV가 세단을 제치고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올들어서 SUV의 주도권 장악은 어렵거나 더 지체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UV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세단도 새로운 모델로 SUV에 반격하고 있어서다. 이는 판매대수로 증명된다.
올 5월까지 국내 판매된 SUV는 24만3716대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세단은 SUV보다 2만5401대 많은 26만9117대가 팔렸다. 여전히 세단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또 지난 3월 세단 점유율은 40.3%, SUV 점유율은 40.1%로 두 차종 간 차이는 0.2%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4월에는 세단이 41.8%로 전월보다 상승했다. 이와 달리 SUV는 39.3%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두 차종 간 차이는 2.5%포인트로 늘었다. 5월에는 세단이 43.4%, SUV가 37.2%로 두 차종 간 격차가 6.2%포인트로 벌어졌다.
세단의 반격을 주도하는 모델은 중형 세단이다. 현대차 쏘나타가 선봉에 섰다. 지난 4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신형 쏘나타는 5월에만 전년 동월보다 102.5% 증가한 1만1224대가 판매됐다. 쏘나타에 힘입어 올 1~5월 국산 중형 세단 판매대수도 전년 동기보다 3.1% 늘어난 6만8892대를 기록했다.
국산 중형 세단 시장을 쏘나타가 선도하고 있다면 수입 세단 시장에서는 혼다 어코드와 도요타 캠리가 수입 중형 세단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5월 일본차의 점유율은 21.7%다. 일본차 점유율은 지난 2010년 이후 10%대에 그쳤다. 만약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2010년 이후 9년 만에 20%대 점유율을 기록하게 된다.
일본차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브랜드는 렉서스, 토요타, 혼다다. 지난 5월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뒤를 위어 3~5위를 기록했다. 이 중 토요타는 전월보다 52.7%, 혼다는 64.6% 성장했다.
토요타·혼다의 효자 상품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우수한 중형 세단인 캠리·어코드(하이브리드 포함)다. 토요타의 경우 지난해 판매대수 1만6774대 중 9464대가 캠리 몫이었다. 혼다의 경우 지난해 판매대수 7956대 중 절반이 넘는 4470대가 어코드였다. 올 1~5월 판매대수는 어코드가 3061대(전체 4883대), 캠리가 2791대(4935대)다.
신형 알티마[사진제공=한국닛산]
다음 달부터는 어코드·캠리의 막강한 경쟁상대인 닛산 알티마도 신형 모델로 뛰어들어 수입 중형 세단 시장 판을 키운다.알티마는 지난 1992년 첫선을 보인 뒤 글로벌 중형 세단 시장에서 캠리, 어코드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한 베스트셀링 코델이다. 국내에서도 수입 중형 세단 최초로 '3000만원대 벽'을 깨뜨린 수입 중형 세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산 차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가격과 미국·일본 등지에서 입증받은 품질을 앞세워 지난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0에 선정됐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수입 가솔린 세단 중 연 판매 1위, 수입차 최초 고객감동 브랜드 지수 6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닛산이 선보이는 신형 알티마는 5년 만에 완전변경된 6세대 모델이다. 외관은 이전 모델보다 더욱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하게 진화했다. 지난 2017년 북미 국제 오토쇼(NAIAS) 공식 지정 디자인 시상식 '아이즈온 디자인 어워드(EyesOn Design Award)'에서 베스트 컨셉트카로 선정된 '닛산 V모션 2.0'의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닛산의 시그니처 포인트인 브이(V)-모션 그릴은 크기가 더 커진데다 낮게 배치됐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과 전폭은 각각 25mm 길어졌고, 전고는 25mm 가량 낮아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도 50mm 가량 늘어났다. 더 넓어진 실내 공간을 확보, 패밀리 중형 세단으로서 가치를 높인 것이다.
내부는 닛산의 디자인 언어 '글라이딩 윙(Gliding Wing)'을 반영, 수평으로 이어지는 인스트루먼트 패널를 통해 더욱 개방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했다.
엔진 역시 새롭게 태어났다. 2.0 터보 트림에 탑재된 '2.0ℓ VC-터보엔진'은 닛산이 1996년부터 20여년간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변압축비 엔진이다. 운전자의 페달 인풋 및 주행 상황에 따라,엔진 내부에 있는 멀티 링크 각도를 즉각 조정한다.
이를 통해 엔진 압축비 8:1(고성능)~14:1(고효율) 사이를 가변적으로 제어한다. 최고출력은 252마력, 최대토크 38.7kg.m, 연비는 12.2km/ℓ로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엔진 블록과 실린더 헤드는 경량 알루미늄으로, 멀티 링크는 고탄소강 합금 소재로 제작해 기존 모델에 장착됐던 3.5ℓ VQ V6 엔진보다 18kg 경량화했다.
2.5 스마트 및 2.5 테크 모델에 장착된 2.5ℓ 4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도 진화했다. 기존 엔진의 부품·디자인 부분을 80% 이상 재설계했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4.9kg.m다. 연비는 12.9 km/ℓ로 동급 모델 중 가장 우수한 연료 효율성을 갖췄다.
닛산이 추구하는 기술의 방향성인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NIM, Nissan Intelligent Mobility)' 기술도 대거 탑재해 안전성도 향상했다.
차량 주변 이미지를 360도로 보여줘 사고 위험을 경감시키는 '인텔리전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앞 차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교통 흐름에 따라 속도를 조정하는 '인텔리전트 차간거리 제어시스템', 차선 이탈 때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주는 '인텔리전트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등 주행 안전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동하는 폰 커넥티비티(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탑재했다. 애플 '시리'나 구글 음성인식 서비스 'OK 구글'을 통해 주행 중 음성으로 통화, 음악,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형 알티마는 북미 자동차 전문지 오토 트레이더(Autotrader) 주관 '2019 베스트 신차', 친환경 자동차 전문지 '그린카 저널(Green Car Journal)' 주관 '올해의 그린카'로 선정됐다.
현재 사전계약에 들어간 국내 판매 모델은 2.5ℓ 4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2.5 스마트와 2.5 테크, 2.0ℓ VC-터보 엔진을 얹은 2.0 터보다. 가격은 가성비 높은 수입 중형 세단이라는 평가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2000만원대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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