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90기압 이하의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소 저장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결과로, 수백기압 수준의 고압으로 수소를 저장해야 했던 기존 수소충전소나 수소차 수소탱크의 안전성을 높이고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영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와 이재우 KAIST 교수 공동 연구진은 90기압 이하의 낮은 압력에서 물과 천연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스' 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수소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수소 생산시설로부터 이송돼 도심 곳곳에 세워질 수소충전소에 우선 저장된 뒤 수소자동차에 주입된다. 이때 수소의 매우 낮은 에너지 밀도 탓에 수백기압 이상으로 압축해 수소 충전소에 저장된다. 때문에 상용화를 위해서는 경제성과 안전성을 높여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물을 이용해 일종의 얼음 형태인 '가스 하이드레이트'(물의 고체 수화물)를 만들고 여기에 천연가스(메탄, 에탄)와 함께 수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수소의 저장 밀도를 높였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저장 압력을 90기압 이내로 낮추는 데도 성공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활용해 수소를 저장하려면 수천기압의 초고압 조건이 필요했다. 박 교수는 "수소만 사용하지 않고 천연가스를 같이 주입한 결과, 천연가스에 의해 수소 저장 압력이 90기압까지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수소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소부생가스는 주로 정유·석유화학·제철 산업에서 발생한다. 이들 수소부생가스를 기존 천연가스 배관망을 통해 '수소-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적용 수소충전소'까지 이송해 저장할 경우 수소 운송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국내에 이미 잘 구축돼 있는 기존 천연가스 배관망을 활용해 수소를 경제적으로 이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스 하이드레이트 기반 수소 충전소에서 수소와 천연가스 분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두 가지 가스를 모두 에너지원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안윤호 KAIST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물로만 이뤄진 친환경적인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저압 환경에서 수소-천연가스 혼합물 저장 매체로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결과"라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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