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이용이 더욱 어렵게 됐다. 중국이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맞아 웹사이트 통제를 강화하고 있단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중국와 미국의 무역전쟁도 이같은 '빗장 걸어잠그기'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과 주요 도시인 상하이 등 일부 지역에서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앞서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카페·블로그 등 네이버 일부 서비스의 웹페이지 접속이 막힌 데 이어 현재 네이버 접속이 순조롭지 않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쇼핑, 부동산, 지식백과, 학술정보 등 네이버 포털사이트 서비스가 PC와 모바일에서 되지 않으며, 뉴스 검색은 돼도 해당 뉴스 웹페이지를 누르면 연결 불가 문구가 뜨는 경우가 많다.
IT업계 관계자는 "포털사이트의 이메일 서비스 접속은 수개월 전부터 어려웠다"며 "’http’보다 암호화된 'https’로 된 일부 페이지는 열리고 있지만 차단 범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통로인 포트(port)를 막는 방식을 사용할 경우 특정 포털사이트 접속 자체를 차단할 수 있어 'http’로 시작되는 네이버의 모든 웹페이지가 막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암호화된 'https' 시작 페이지는 접속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네이버나 다음을 이용하려면 인터넷 우회접속(VPN)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앞서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 사용이 중국 내에서 어렵게 되면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찾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 역시 일부 통제되면서 VPN을 실행해도 웹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정치 현안 등 민감한 이슈 탓에 국내외 웹사이트를 수시로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언론을 비롯해 홍콩·대만 현지매체 등이 일부 막혀 있고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 위키피디아 등의 사용도 어렵다.
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자사의 웹사이트 접속이 중국에서 불가능하게 됐다고 보도하며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맞아 중국 정부의 외신 뉴스 웹페이지 단속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NBC, 허프포스트 등도 톈안먼 시위 30주년 즈음부터 접속이 차단됐단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중국 경제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금융뉴스 웹사이트 화얼제젠원도 지난 10일부터 당분간 폐쇄됐다. 이 웹사이트는 '온라인 정보 배포의 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지난 3월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화얼제젠원은 정부의 시정 요구에 따라 웹사이트와 앱을 닫고 관련 법에 따라 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한국 사이트 차단에 대한 설명과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기구는 국가인터넷정보 판공실로, 중국 국무원 산하에서 최근 중국 공산당 직속기관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국 정부에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차단을 공식 문의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포털사이트 뉴스 검색은 물론 모바일 메신저와 이메일 확인조차 어려우면 중국 여행객은 물론 중국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의 불편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메신저를 내세워 국내 포털사이트 운영사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IT기업의 활동범위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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