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외부 자극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공전자피부를 개발했다. 피부로 감지하는 압력의 크기를 색 변화로 나타내 주는 것이다. 외부 전원 없이 작동할 수 있고 신축성도 기존 대비 4배가량 높아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 백충기 교수 연구진은 스티븐 크레이그 듀크대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색상 변화로 외부 자극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공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5월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전자피부에 압력을 가하면 해당 영역만 반투명한 흰색에서 보라색으로 색깔이 변한다. 압력의 세기가 강할수록 색은 더 진해진다. 손가락에 인공전자피부를 붙이고 손가락을 구부리자 가장 큰 힘을 받는 관절 부분이 가장 진한 보라색을 띠었다. 압력을 가하는 물체의 형태에 따라 색 변화가 나타나는 모양도 바뀌었다. 가령 도넛 모양의 금속으로 누르면 도넛 모양만 보라색으로 변하는 식이다. 다시 물체를 피부에서 떼면 다시 원래 색깔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폴리디메틸실록산(PDMS)과 스피로피란으로 구성된 복합 고분자 소재로 다공성 필름을 만들고, 그 안에 기계적 강도가 높은 실리카 나노입자를 코팅해 외부 압력에 따라 쉽게 색이 변하는 인공전자피부를 만들었다. 기존 전자피부 소재로 색 변화를 구현하려면 강한 외부 자극이 필요했는데,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 기공과 나노입자로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외부 전원 없이 작동할 수 있고 신축성 역시 기존 재료 대비 최대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 교수는 "필름을 구성하는 구조 간 기계적 특성 차이에 의해 힘이 미세 기공과 실리카 나노입자 주변으로 집중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며 "이번 성과는 복잡한 전기 신호 기반의 인공전자피부와 달리 시각적인 색깔 변화로 외부 자극의 세기를 검출할 수 있어 차세대 인공전자피부 기술에 대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은나노와이어 기반의 투명전극에 접목하면 마찰전기 센서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백 교수는 "마찰전기와 압력을 모두 감지할 수 있는 인공전자피부는 음성인식, 동작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박종화 UNIST 박사후연구원은 "직관적이고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사용자가 접근하기에 더 용이할 뿐만 아니라, 외부 전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 웨어러블 디바이스 구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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