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까지 벨기에의 새로운 업체와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장치인) 사이클로트론 수의계약을 완료할 예정이다. 계약을 파기한 캐나다 업체에 대해선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권면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핵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RAON·라온)의 사이클로트론 공급사였던 캐나다 베스트가 계약조건에 대한 견해차로 지난해 9월 계약을 파기한 데 대해 이처럼 밝혔다.
라온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전 유성구 신동 지구에 건설 중인 중이온가속기로 2021년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성자부터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을 빛의 속도 절반 수준까지 가속해 충돌시킬 수 있어 암 치료용 희귀동위원소 개발과 신소재, 에너지, 우주, 환경 등 연구에 활용 가능하다. 라온 건설·구축사업에는 2021년까지 8년간 총 1조4875억원이 투입된다.
권 단장은 "중이온가속기는 의료 목적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는 신속한 도입을 위해 잘 상용화돼 있는 핵심 장치를 구입하는 방향으로 구축하고 있다"며 "사이클로트론을 제조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에서 3곳뿐인데 일본 업체는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했고, 남은 한 곳인 벨기에의 이온빔어플리케이션(IBA)이 공급이 가능하다고 해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대전 KT대덕2연구센터에 있던 본부를 오는 25일 신동 건설현장으로 이전하고, 520m 길이의 가속기터널 내에 초전도 가속 모듈을 설치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 단장은 "가급적 라온의 구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일정상으로는 완공 후 2021년 말 고에너지 동위원소 빔 인출까지 시운전을 할 수 있는 기간이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일정이 여유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라온은 저에너지 동위원소 가속장치(ISOL)과 고에너지 동위원소 가속장치(IF) 등 2가지 서로 다른 중이온가속기를 결합한 형태다. 이번에 초전도 가속 모듈 설치에 착수하는 것은 저에너지 초전도 가속구간이다. 내년 말 최초 빔을 인출하고 2021년 초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목표다. 앞서 일부 공급사와의 마찰로 지연된 고에너지 초전도 가속구간의 경우, 2021년 10월 완공 후 같은 해 12월 최초 빔 인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설 건설은 40%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그동안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은 정치적 논란 속에 유독 부침이 심했다. 기술적 난항 등으로 사업 추진이 부진하면서 당초 계획에서는 2017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의 계획 변경을 통해 2021년으로 5년 미뤄졌고 단장 선임에도 난항을 겪어 왔다. 2015년 정순찬 단장(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교수)은 초대 단장이었던 김선기 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이 사임한 지 7개월 만에 선임됐지만 지난해 7월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권 단장은 "워낙 사업의 예산 규모가 크다 보니 국회는 물론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의견차와 갈등이 빚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 규모에 비해 주어진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것을 사업을 이끌기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권 단장은 "현재 라온과 비슷한 중이온가속기를 건설 중인 미국의 경우 전문 인력이 750명 수준인데 반해 우리는 140명에 불과하다"며 "한국이 처음 도입하는 시설인 만큼 일정을 맞추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이온가속기 활용연구단' 신설을 추진 중인 IBS는 올해 8월까지 연구단장 공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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