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회계 여부를 둘러싸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19일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재판부는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달 14일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를 검찰 고발과 함께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 권고 △당국의 감사인 지정 3년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을 결정했고, 이에 삼성바이오는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집행정지 사건 첫 심문은 검찰 고발에 따른 본안심리에 앞서 양측간 첫 번째 법정 공방인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먼저 입장 설명에 나선 삼성바이오측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회계처리를 연결기준에서 지분법으로 변경한 것은 에피스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공동지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삼바측은 "바이오젠은 처음 합작사 설립시 50대 50 지분 제안을 거절하고 15%만 갖고, 사업 성공에 대비해 콜옵션을 요구했다"면서 "2015년 회계기준을 바꾸기 전까지 바이오젠과 회사를 공동지배한 것이 아니어서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보고 연결기준에 따라 회계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은 에피스 실적이 올라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사실상 반반씩 공동 지배하는 회사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측은 이날 집행정지 신청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증선위 제재로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하게 되면 기업 가치에 막대한 피해가 생겨 주주나 채권자들이 충격과 혼란에 빠지는 만큼 본안 소송때까지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이미 기업 이미지와 신용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대표이사와 임원까지 해임하면 의사결정이 안돼 경영 공백이 크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후 심문답변에 나선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증시 상장과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을 위해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부채로 처리하지 않는 등 비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했다며 제재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증선위측은 "바이오젠이 사업 초기 에피스가 제품 6종을 개발할 계획을 알았고, 이후 다른 제품 개발시 동의권을 갖는 등 처음부터 공동경영을 했다"면서 "2012~2014년 회계처리를 지분법이 아닌 연결기준으로 한 것은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양측 변론을 들은 재판부는 추가 질문을 통해 의사확인을 진행했다. 증선위측에 '지난 7월 1차 감리때는 2012~2014년 회계처리가 연결기준으로 된 것을 문제삼지 않다가 지난달 2차 감리때는 지분법으로 해야 한다고 바꿔 주장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증선위측 변호인은 "2012~2014년이 아니라 2015년에 회계기준을 삼성바이오가 왜 바꿨는지에 초점이 있는 만큼 2012~2014년 상황을 자세히 따질 여지가 없었다"면서 "2차 감리때는 2015년 지분법 기준처럼 일관되게 그 전에도 지분법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증선위가 2015년 에피스 실적 성장이나 콜옵션 행사 가능성 등 상황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하나의 회계기준을 일관되게 쓰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증선위가 명확한 근거없이 기업 회계처리가 잘못됐다는 전제를 갖고 입장을 바꿔가며 결론을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삼성바이오가 2012~2014년 콜옵션 존재를 고지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따져물었다. 삼바측은 "당시는 비상장회사로 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콜옵션 공시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중요할 때만 하게 돼있다"면서 "그때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아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콜옵션은 부채로 반영을 해야 하는데 삼성바이오는 콜옵션까지 명시하면 실적 악화가 우려돼 고의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집행정지 여부 결정은 내년 1월중이나 늦어도 2월초 전에 내리겠다"면서 "다음달 12~15일에 추가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전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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