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청소년이 보이는 2차 성징 징후가 8~9세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소변 검사만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이 나왔다.
4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단의 이효진·이관희 박사팀과 도핑콘트롤센터 김기훈 박사팀은 어린이 소변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성호르몬을 아주 민감하게 검사해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원래 호르몬과 같은 저분자 물질은 정확히 포착하기 어려운데,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소변의 전처리 과정 없이 빠르게 극미량의 호르몬을 검출해 알아낸 것이다.
그 동안 성조숙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의 피를 수차례 뽑아야 했다. 호르몬 방출 검사(성선자극 호르몬 검사)를 하려면 유도제를 주사한 뒤 일정 간격으로 채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복된 채혈로 인해 통증이나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새로운 진단법은 채혈이 필요하지 않아 통증이 없다. KIST 공동 연구진은 나노입자를 활용해 소변 속에 든 여러 종류의 호르몬을 한 번에 알아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검사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여성 호르몬 에스트라디올(Estradiol)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표시하는 나노 입자를 도입하고 질량분석기 신호를 증폭했다.
실험 결과 이런 호르몬 검사법이 사람의 소변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사실도 확인됐다. 소변 내 호르몬을 직접 질량분석기로 검출할 때보다 나노 입자에 부착된 바코드 화합물질을 이용해 검출했을 때 약 1만 배 이상의 신호 증폭 효과가 있었다. 학계에 보고된 호르몬 검지능력 중 최고 수준인 '100 아토그램퍼밀리리터(ag/ml)'였다. 이 같은 기술은 성조숙증뿐 아니라 호르몬과 관련된 전립선암과 유방암 진단, 나아가 대사체와 같은 저분자 물질을 검지하는 데도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소아비뇨기과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의성도 분석할 계획이다. 이효진 KIST 박사는 "바코드가 물건 정보를 알려주듯 화학물질이 바코드 역할을 하면서 호르몬을 검지하는 원리"라며 "호르몬뿐 아니라 소변 내 검지가 어려웠던 다양한 저분자 검지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