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까지 그룹 매출 7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 계열사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밀어붙이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지난 16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에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2월 2016~2017년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고용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으나 회사가 약속을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은 임단협 합의 사항을 어겼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2016~2017년치 임단협은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
노사는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를 분할하는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이어가며 지난 2016~2017년 임단협 협상을 올해 2월이 돼서야 타결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회사를 사업 부문별로 쪼개 개별 법인화하는 방안에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파업이 이어졌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14년 만에 금속노조에 다시 가입하기도 했다.
이후 노조 집행부가 바뀌었고, 노조 집행부와 사측 사이에서 도출된 합의안이 한 차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뒤에야 현대중공업은 2년동안 밀린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협상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한 게 사실이라며 유휴 인력에 대한 방안은 노조와 사측이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하기로 했지만, TF가 가동되는 중에 갑자가 사측이 희망퇴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수주 절벽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각한 일감 부족에 시달려 회사 전체 11개 도크 중 3개를 가동 중단했고, 유휴인력은 3000명 이상이나 된다. 일감 상황에 맞게 회사 규모를 줄이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생존을 위해 희망퇴직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희망퇴직에 필요성을 호소하는 모습과 달리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오는 2022년까지 그룹 매출을 7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약 37조원이었던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총 매출액을 5년만에 2배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신사업을 통해 매출을 늘리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세계1등 조선업체로 살아남을 것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 등 새로운 분야를 개발해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권 부회장이 현대오일뱅크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만든 '임직원 급여 1% 나눔재단'을 현대중공업그룹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그룹사회공헌협의회를 신설해 한해 1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겠다고 권 부회장은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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