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힘을 모아 우주 관찰에 나선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동아시아 지역 전파망원경 21대를 연결해 수 천 km 크기를 가진 망원경을 구현하는 '동아시아 VLBI 네트워크(EAVN·East Asian VLBI Network)'가 본격적인 가동 준비를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VLBI는 수백~수천km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같은 천체를 관측하여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거대한 가상의 망원경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VLBI를 이용하면 허블 우주망원경, 스바루 망원경 등 대형 광학망원경보다 수십 배 이상의 높은 해상도로 천체를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EAVN은 한국의 VLBI 관측망인 KVN, 일본의 VERA, 중국의 CVN 등 3개국 21개 망원경을 연결한 최대 5000km 정도의 거대 관측망이다. KVN은 서울, 울산, 제주 각각에 지름 21m의 전파망원경으로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망원경으로 동시에 우주를 바라보게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로 관찰이 가능해진다. 지구에서 달 표면에 있는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한라산 꼭대기에 올라 서울타워 전망대에 있는 사람 머리카락 한 올의 크기를 구분해낼 수 있는 정도다.
천문연구원은 EVAN이 미국의 전파망원경배열(VLBA), 유럽 VLBI 전파망원경 네트워크(EVN)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져 차세대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의 큰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망원경의 조합과 주파수 설정이 가능한 EAVN을 통해 천체에서 나오는 전파의 일종인 메이저 신호와 초신성, 감마선 폭발과 같이 변화가 빠른 천체의 특성은 물론이고 초대형블랙홀이 방출하는 제트현상 등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우주 탐사 및 추적, 천문 및 측지 등의 연구 분야에 활용된다. EAVN은 현재 가동 준비 중이며 2018년 하반기에 초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추후 중국 신장의 110m 망원경과 태국 VLBI 네트워크(TVN) 시설 등이 추가되면 EAVN의 성능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한국과 일본이 운영 중인 한-일 VLBI 관측망 'KaVA'의 협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연구자들은 지난 수년간 EAVN의 구성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동아시아의 자원과 전문성을 모아 그 연구역량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로 국제협력의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AVN의 구성과 기능에 대한 해당 리뷰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천문학' 2월호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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