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소주 2잔씩만 마셔도 간암 발생률이 1.33배, 사망률은 1.17배 올라갑니다. 간질환 관련 사망률은 3.22배나 됩니다. 흔히 '술을 물처럼 마신다'고 하는데,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음주문화를 당장 바꿔야 합니다."
간암 전문의들이 '밥보다 술을 많이 먹는다'는 한국인들의 음주문화를 바꾸자고 나섰다. 대한간암학회는 2월 2일 간암의 날을 맞아 더플라자호텔에서 기념식과 주제발표회를 열고, 알코올을 만성 B형간염 C형간염과 함께 간암의 3대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OECD국가들의 알코올 소비량은 감소추세이지만, 우리나라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2013년 1인당 8.7ℓ까지 감소했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9.1ℓ까지 늘었다. '혼술'등 새로운 음주형태가 등장하고 주류업계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젊은 층과 여성의 음주가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박중원 대한간암학회 회장은 "담배와 술은 국제보건기구(WHO IARC)가 선정한 1급 발암물질인데도, 술의 해악은 담배에 비해 가볍게 생각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우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거나 어린이들에게 술심부름을 시키는 등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어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건전하다'고 볼 수 있는 적정음주량은 얼마나 될까. 학회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적정음주'를 명확히 정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회에서 음주와 간암의 연관성에 대한 세계적인 논문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 적정음주량은 하루 남성 두 잔, 여성은 한 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속적으로 마시면 간암 발생과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학회는 경고했다. 분석 결과 매일 소주 2잔씩만 마셔도 간암 발생률이 1.33배, 사망률은 1.17배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질환 관련 사망률은 무려 3.22배가 늘었다. 우리나라에 많은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경우 음주시 간암 발생률이 2.35배, 만성 C형간염은 음주시 간암발생률이 1.85배 높았다.
발표를 맡은 장정원 대한간암학회 기획이사는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 특히 관대하다. 과음 경고문구만 봐도 알 수 있다"며 "1995년부터 술병에 표시해온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음 경고문구를 지난 2016년부터 쓰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이 바뀐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장 이사는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는 '술 권하는 문화'를 없애고 '건전한 음주는 없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간암 전문의들은 물론 의료계 인사들 수십명이 참석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간암이 얼마나 심각한지 찾아봤더니 발병률은 4위(남성), 사망률이 2위에 달하고 경제활동의 주축인 4050의 사망이 많은 안타까운 암이더라"면서 "학회가 간암의 날을 2월 2일로 정했는데, 조기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1년에 두 번 두가지 검사를 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어 더 뜻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회생활 하려면 술을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하며 "국민들이 술을 덜 마실 수 있도록 간암학회가 많이 알려주셨으면 한다. 특히 술 권하는 문화가 사라질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열홍 대한암학회 회장은 "우리나라 암환자가 연간 22만명 정도인데, 이 중 간암환자가 1만7000명이고 사망자는 1만2000명에 달한다"며 "간암학회처럼 개별 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국민 의식제고 캠페인에 힘쓰는 것은 의사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간암학회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양진모 대한간학회 회장도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온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나라의 간암 유병률은 변화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며 "간은 침묵의 장기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간암도 완치할 수 있는만큼 조기 검진과 음주 자제를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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