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젖은 상태에서 더 단단하게 달라붙는 접착제가 나왔다. 물기가 스며들면 물렁물렁해지거나 녹아서 접착력이 약해지는 기존 접착제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19일 정훈의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축축한 표면에서 더 잘 달라붙는 습식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접착제 특성에 반대될 뿐만 아니라 유연하고 모양을 금새 복원하는 특성도 가졌다.
습식 접착제는 주로 수분이 대부분인 생체물질을 다루는 생명공학, 의료 분야에 쓰인다. 이전에도 습한 조건에서도 달라 붙는 접착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대개 화학처리가 필요하고 비싼 데다 한 번 붙이면 다시 쓸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미세구조를 이용해 고비용, 비가역성 등 습식 접착제의 한계를 해결했다. 접착제 표면에 얇은 기둥처럼 솟은 미세구조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달라붙도록 만든 것이다. 미세구조를 이루는 고분자 '하이드로겔(Hydrogel)’은 물이 스며들면 사방으로 팽창하기 때문에 습한 환경에서 접착력이 더 안정적이고 강력해진다. 반대로 물기를 제거하면 원래 모양대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재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미세구조의 특징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학처리를 통해 표면의 성질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정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존 접착제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특징을 보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물기가 많은 환경에서 써야 하는 생명공학 분야 접착제를 비롯해 습한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강력한 접착제로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는 ACS 매크로 레터스(ACS Macro Letters) 12월호 표지 논문으로 발표됐으며, 미국화학회 편집자의 선택(ACS Editor's choice)에도 뽑혔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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