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자동차 디자인의 대가 피터 슈라이어 사장 영입 이후 11년만에 또다시 스타 디자이너를 스카웃했다. 14일 기아차는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 창청(長城)기차 디자인 총괄을 역임한 피에르 르클레어를 기아디자인센터 스타일링담당 상무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2006년 선언했던 '디자인 경영' 기조를 다시 한 번 굳건히 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성능 모델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벨기에 태생인 르클레어 상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디자인 아트 센터에서 운송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LA에 있는 BMW 미국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입사해 2004년 SUV 모델인 X5(2세대)와 X6(1세대)를 연이어 디자인했다. 2011년부터는 BMW 고성능 브랜드인 'M시리즈'의 총괄 디자이너로 이동해 M3, M4, X5M, X6M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2013년 중국 창청기차 디자인 총괄로 자리를 옮겨 디자인 조직과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수십 종에 이르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르클레어 상무는 이달 말부터 기아차에 합류해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 윤선호 기아디자인센터장 등과 함께 중장기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또 기아차의 내·외장디자인뿐만 아니라 칼라디자인, 소재까지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담당한다.
기아차의 이번 영입은 디자인 경영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6년 당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인 거장으로 꼽히던 아우디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면서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기아차 디자인 방향성인 '직선의 단순화'가 적용된 신차들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브랜드 인지도도 개선됐다.
기아차는 특히 르클레어 상무가 미국·중국·유럽 등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을 모두 경험한 인재라는 점에 대해서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 시장에 있었다는 점에서 사드 사태로 촉발된 중국시장 부진 해결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르클레어 상무 영입으로 한국의 기아디자인센터를 중심으로 3대 시장 디자인 거점 간 협력 강화를 추진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디자인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SUV와 고성능 모델에 대한 디자인 역량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SUV 시장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하는 등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또 고성능 차량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면서 각 브랜드는 고성능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라인업을 확대시키고 있는 추세다.
기아차 역시 고성능 차량인 스팅어를 첫 출시했고 SUV 라인업을 넓혀가려는 상황이라 BMW의 SUV와 M시리즈 디자인을 담당했던 르클레어 상무의 경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클레어 상무는 "그 동안 기아차 디자인에 대해 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아차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추구해온 르클레어 상무의 디자인 성향은 기아차 디자인 DNA에 가장 부합한다"며 "전 세계에 판매되는 기아차 디자인의 모든 프로세스에 관여하면서 그 동안 그가 쌓아온 디자인 역량을 한껏 쏟아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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