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충전되기 전과 후만 비교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배터리 속을 생중계로 보면 왜 부풀어 오르는지, 빨리 닳는지, 속도가 느린지 알 수 있지요"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리는 리튬황전지의 충·방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2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가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In Situ TEM)'으로 리튬황전지 내부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27일자 미국화학회지(JAC)에 싣는다고 밝혔다. TEM이란 장비를 이용해 리튬황전지이 충·방전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기능을 개선할 방법을 확인한 것이다.
TEM은 관찰하려는 대상에 전자 빔을 통과시켜서 원자 수준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현미경이다. 이 장비로 배터리 속 내부를 보려는 시도는 2010년부터 있었지만, 여전히 TEM을 사용할 수 있는 연구자는 전 세계에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10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인 데다 원하는 장면과 각도를 맞춰 장비를 다루려면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싱가포르 연구진의 의뢰를 받아 TEM으로 리튬황전지의 충·방전 과정을 살펴봤다. 실시간 관찰 결과 양극 물질인 황(Sulfur)을 몰리브덴황(MoS₂)으로 감싼 화합물을 이용하면 배터리의 부피가 팽창해 터지거나, 전해액이 녹아 내리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리튬황전지 출시를 가로막던 주요 결함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리튬황전지는 시중에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용량이 10배 높아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리튬황전지의 수명을 연장하고 출력을 높여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교수는 "TEM으로 리튬황전지 충·방전 과정에서 나타났던 주요 문제점을 빠른 시간 안에 포착하고, 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처방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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